지난 8·2대책 이후, 급등하던 서울의 집값이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내림폭은 지난해 폭등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여기에 9억원 이상 되는 신규 아파트에 대해, 대출이 막히면서 서울에서 집을 사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실수요자들은 서울 근교의 하남이나 구리, 일산 등의 수도권 도시로 눈을 돌려고 있다. 특히 서울 북동쪽에 자리한 구리시는 교통 호재들이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이 몰려 꾸준히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 경기 집값 다 떨어지는데…구리시 가장 높은 가격 상승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구리시 아파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단 한 차례도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해 11월 구리시 아파트 값의 시세 변동률은 1.42%였지만 올해 3월은 2.81%로 나타났다. 4개월 동안 1.39%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은 0.05%에서 –1.06%로 하락했으며 서울은 0.05서 –1.30%로 하락을 기록했다.
또한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주택 가격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은 구리시다. 구리시는 올 1월 3.3㎡당 아파트 평균매매 가격이 1737만4000원에서 3월에는 1755만9000원으로 1.06%나 상승했다. 다음은 0.79%를 기록한 성남 수성구였으며 △부천시 0.74% △수원 팔달구 0.59% 순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구리시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을 조회해보면, 구리 시내 주요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1억원 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 교문동에 있는 ‘덕현’아파트의 경우 전용 134㎡인 호실은 2018년 3월 4억8000만원 하던 것이 올해 3월에는 6억원으로 1년 사이에 1억2000만원이나 뛰었다. 또한 구리시 인창동에 자리한 ‘동문굿모닝힐’의 전용 84㎡도 같은 기간 4억7000만원에서 5억8500만원으로 1억1500만원이나 상승했다.
구리시 수택동의 ‘수택주공’은 전용면적 84㎡인 호실이 지난달 3억6000만원(25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던 시기의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3억5700만원(3층)에 거래됐으며 올해 2월에는 3억6000만원(4층)에 매매되기도 했다. 현재 호가는 3억7500만~4억2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토평동 ‘SK신일’은 전용면적 84㎡ 호실이 지난해 3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는 4억원 선에 다수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같은 크기인 전용면적 84㎡인 호실이 4억1500만원(14층)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호가는 지난해 상승기를 뛰어넘은 4억5000만으로 형성돼 있다.
인창동 지역의 ‘삼보아파트’ 역시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올랐다. 전용면적 90㎡의 호실은 지난해 7월 5억800만원(15층)에 매매됐던 것이 올해 2월 5억9900만원(18층)까지 상승해 현재는 지난해에 비해 1억원 정도가 오른 가격에 매매가 되고 있다. 인근의 원일가대라곡 아파트는 이전 최고 거래가격을 두 번이나 경신했다. 전용면적 84㎡호실은 종전 4억8000만원(4층)애 거래된 것이 최고였으나 지난달 5억2000만원(12층)에 거래된데 이어 4월 중순에는 5억6000만원(6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갱신했다.
서울이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에 실수요자 구리시로 몰려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구리의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는 9억 가까이 책정돼 있는 서울의 집값에 비해 구리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429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자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실구매자들이 서울 근교인 구리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리시는 경의중앙선 구리역은 물론, 오는 2023년 9월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이 개통되면 서울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해진다. 게다가 구리는 북부간선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외부로 빠져나가기도 쉽다.
이에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구리로 몰려오고, 대출규제로 인해 서울의 집을 살 수 없는 3~4억대 현금 보유자들이 구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며 “수요가 많다는 걸 집주인들도 알고 있어, 호가가 내려가지 않는 형세다”라고 설명했다.
구리시 하나로공인중개사사무소의 오미현 대표는 “최근 분양이 이루어진 한양 수자인의 25평형대 같은 경우 분양가가 평당 1900만원에 달했다”며 “구리가 땅은 좁지만 인구가 많고 서울로의 접근성이 뛰어나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D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이소희(38·여) 씨는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추이를 보면 크게 내릴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며 “이에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아파트 가격도 저렴한 구리의 아파트를 구매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찾는 이가 맞고 호재가 이어지면서 구리의 집값은 앞으로도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3기 신도시 건설로 인해, 구리 지역에 교통난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리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구리시가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남양주, 하남보다 서울에 가깝고 서울로 접근하기 좋으며 8호선 개통과 같은 개발 호재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며 “앞으로 왕숙지구가 분양을 시작하면 교통이 혼잡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분당과 같이 교통난이 심화되면 집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기 신도시 분양으로 인해 교통난이 예견되는 만큼 정부는 신도시 조성에 앞서 도로를 개통하는 등 교통 대책부터 먼저 간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강남권으로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의 집값은 늘 인기를 끌곤 했다. 지난해 개통된 신분당선 남부 연장과 지하철 9호선 연장의 수혜지역은 모두 매매가격이 20%가량 상승한 바가 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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