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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식 병폐 대잇는 ‘리틀 황창규’ 구현모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2-10 00: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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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편집인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정의와 공정을 줄기차게 부르짖으며 적폐청산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정부의 판단에 약간의 여론 지지만 더해진다면 과감 없이 철퇴를 휘둘러댔다. 정부의 권력 행사는 다소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일지라도 거칠 것이 없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을 내리기 전 정부의 눈치부터 보는 해괴망측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제계가 특히 그랬다. 반기업·친노동을 표방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결정이나 행보는 곧장 적폐로 간주돼 엄청난 댓가가 뒤따르다 보니 기업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기업 활동 위축은 곧장 국민 피해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채용, 시설투자 등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인한 생계 위협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위안되는 사실은 지금이라도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반기업 정서에 기인한 정부 정책을 철폐하고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기업에 치우쳤던 국민 정서도 친기업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 상 대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친기업 정서 확산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친기업 정서에 발맞춰 기업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면 가히 ‘국가의 보배’라 칭찬받을 만하다. 반대로 이러한 친기업 정서 확산을 저해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만고의 역적’이라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KT그룹 새 사령탑인 구현모 대표이사(내정자)의 행보는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반기업 정서 확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사안에 대한 개선 의지는커녕 오히려 답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황창규 회장 시절 KT그룹은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만한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아 ‘국민을 배신한 국민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일 구 대표는 계열사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KTH 대표이사에 이필재 전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 보안계열사 KT텔레캅에 박대수 전 CR부문장(전무), 위성 서비스를 담당하는 KT SAT에 송경민 전 경영기획실 비서실장(전무) 등을 각각 앉혔다. 각 계열사의 새로운 사령탑 모두 KT 출신 인사들로 채워진 셈이다. KT그룹 내에서 KT와 非KT 간에 극심한 차별문화는 이미 오래된 병폐로 지적돼 온 사안이다. 이번 구 대표의 계열사 경영진 인사로 KT그룹 내의 직원 차별 문화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구 대표는 내부 직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을 둘러싼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 진상 파악에 유독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한 줄기인 차은택 영화감독의 강요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황 회장 법정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면서 진상 파악과 처벌을 촉구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앞서 황 회장은 차은택에 대한 특혜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줄대기 시도라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의 강요 때문에 특혜를 부여했을 뿐’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해 왔다.
 
현재 KT그룹 새 사령탑에 오른 구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높은 기대감은 황 회장 시절 KT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의 반사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통신강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 KT그룹이 해묵은 병폐들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구 대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현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 대표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황 회장 시절의 해묵은 병폐를 없애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퇴임 이후라도 KT그룹 이름으로 황 회장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 KT그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 뿐이다. 구 대표 스스로 ‘리틀 황창규’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벗어던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구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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