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의견 수렴 등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업을 밀어붙여 사회·경제적으로 각종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는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은 집값하락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년주택 완공을 기다리며 주거계획을 짠 청년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부작용 우려는 박 시장을 향한 비판 여론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다수의 시민들은 박 시장의 탁상행정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소속 정당인 민주당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다가오는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역세권 청년주택…4년 간 입주 ‘0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6년 3월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8만 가구를 공급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박 시장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다”며 “고시원 같은 임시 거주지를 전전하며 도심 속 난민으로 떠도는 청년들이 안정된 주거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조속 추진을 위해 제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 역세권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 상업지역까지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고 심의·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게 서울시의 의도였다.
이후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착공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2016년 9월에는 한강로 2가(1088세대)와 충청로3가(499세대) 2곳에 역세권청년 주택 1·2호 착공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마포구 서교동, 강서구 화곡동 등에서도 사업이 추진됐다. 현재는 총 44곳에서 사업인가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박 시장이 규제까지 없애가며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은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업이 차질을 빚다보니 성과 또한 전무한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청년들에게 공급된 ‘역세권 청년주택’은 단 1곳도 없다. 역세권 청년주택 1호(서대문 충정로)조차 올해 3월이나 돼야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해당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670억300만원이지만 집행된 예산은 고작 312억원에 불과하다.
사업차질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우선 낮은 사업성으로 인한 민간사업자의 참여 부족이 지목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모든 가구를 임대로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일부 가구 분양을 통해 개발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 사업대상지가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반경 300m 이내라 민간사업자 입장에선 비싼 땅에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인근 주민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점도 사업 지연 요인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이 나서 ‘연희동 청년사회주택’ 반대 시위를 벌여 착공이 늦춰졌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청년 역세권 주택은 지난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해가 지날 동안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조동 주민들이 서울시가 주민공청회나 정보 열람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대조동 주민 고희임(40대·여) 씨는 “서울시가 제대로 주민 공청회를 하지 않아 대다수의 주민들은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역세권 청년 주택이 지어지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한 대조동 역세권 부지에 주민동의도 없이 불도저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탁상행정이 낳은 참상이다”고 성토했다.
무리한 전시성 사업 부작용 피해는 시민 몫…“박원순·민주당 원망스럽다”
청년역세권주택 사업으로 인해 서울시내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은 사업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고 청년주택 입주를 염두했던 청년들은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금전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은평구 대조동에 거주하는 박수임(32·여·가명) 씨는 “은평구에서 7년 째 월세로 살고 있다”며 “몇 년 전 박원순 시장이 청년 역세권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입주를 염두하고 있었다. 사업진행을 예측하기 어려워 더 비싼 월세를 내더라도 1년 단위로 월세 계약 진행했는데 사업속도가 더뎌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은 박 시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꼼꼼한 사전조사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여 결국 시민들의 피해만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총선일이 가까워지면서 박 시장을 향한 비판은 소속 정당인 민주당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를 계획했던 직장인 김진수(31·남·가명) 씨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럴싸한 계획으로 결국 청년들의 허탈감만 키운 사업이다”며 “사업을 추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시장에 대한 배신감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역세권청년임대주택 사업에 대해 애당초 사업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며 부작용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땅값이 비싼 역세권 지역에서 민간사업자가 저가 임대료를 받는다는 계획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며 “사업에 속도를 내려면 각종 편의시설 개발 요구가 있는 역세권 알짜단지보다는 역과 다소 떨어져 있는 지역을 선정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주민 반발만 키우고 사업도 추진하지 못해 청년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는 격이 됐다”고 비판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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