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창릉 3기 신도시 반대운동이 주민 간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경기 고양 일산(동·서)구 주민들과 창릉신도시 조성에 찬성하고 나선 덕양구 창릉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의 추진 동력이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창릉신도시 개발 소식에 찬성 vs 반대 주민 갈등 격화
경기 고양시는 일산동구, 일산서구, 덕양구 등 3개구로 이뤄진 인구 100만 명의 메머드급 기초자치단체다. 1990년대 초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인 킨텍스, MBC드림센터, SBS일산제작센터 등이 들어서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륐다.
지난해 본격화된 일산동구와 덕양구 화정동 사이에 위치한 대곡역세권 개발 사업은 고양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정부의 창릉신도시 추진계획이 발표되자 ‘집값 하락’과 ‘구도심 전락’ 위기를 느낀 일산지역 주민들의 대규모 반대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신도시가 들어서면 구도심은 죽는다’는 심리적 연대의식은 인근 화정·행신지역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며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헐값 보상’을 우려한 창릉지역 주민들도 창릉신도시 개발소식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창릉신도시 개발 사업은 고양시 덕양구 창릉·용두·화전동 일원 813만㎡(246만평) 부지에 주택 3만8000호를 짓는 사업이다.
창릉신도시 개발 사업 발표 이후 약 8개월여가 지난 현재 창릉신도시에 대해 ‘일산-반대, 화정-관망, 행신·창릉-찬성’ 등 지역 간에 온도차가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산주민들과 창릉주민들 간의 갈등과 감정대립은 지난달 19일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관으로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는 일산주민들과 “정부의 말 부터 들어보자”는 창릉주민들 간에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공청회가 진행된 2시간 30분 내내 양측 주민들은 서로에게 날선 비판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급기야 일산주민들은 꽹과리를 울리며 공청회 진행을 방해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앞선 11월 공청회에서도 토지수용 당사자인 창릉지역 주민들은 ‘일산 사람들은 나가라’는 목소리를 쏟아냈고 일산주민들은 발언권을 얻지 못한 채 돌아서기도 했다.
창릉신도시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의혹제기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산주민들은 2019년 발표된 창릉신도시 후보지와 2018년 사전 유출된 원흥지구 도면 부지가 3분의 2가량 일치한 점을 들어 ‘투기세력들이 창릉신도시 조기 착공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산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도시 지정을 확신하지 않고서야 누가 그린벨트 땅을 몇 십억씩 주고 사겠느냐”며 “수용부지가 아닌 개발 인근부지인 경우 시세급등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용되는 토지주보다 그 옆 부지의 토지주들이 창릉신도시 개발 찬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창릉지구 내에서 500평 이상의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소규모 땅을 가진 토지주다”며 “이 경우 강제수용에 따라 받게 되는 보상비로는 새 집을 마련하기에 부족한 금액이어서 많은 토지주가 신도시 지정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유출된 도면을 통해 ‘알박기’에 성공한 일부 투기꾼과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소수의 토지주가 창릉신도시 찬성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창릉신도시 개발 지구에 거주하는 한모 씨(65)는 “40년간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 행사 한번 제대로 못한 우리의 심정을 일산주민들이 알기나 하느냐”며 “일산은 덕양구 일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 잃는 신도시 반대운동… 일산연, 지역연대·대국민 여론전 ‘전환’
창릉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일산의 타 지역에서도 서서히 신도시 찬성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덕양구 행신지역 창릉신도시 찬성 여론은 창릉·능곡·행신동 등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창릉신도시 찬성입장을 보인 정 의원은 “행신동은 높은 인구밀집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이용 불편 지역이다”면서 “행신중앙로역이 들어서야 창릉신도시가 정상적이고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고양선 내 행신중앙로역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행신주민들 역시 창릉신도시 개발에 따라 조성될 교통망과 각종 인프라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외딴섬 형태인 행신지역이 창릉신도시를 중심축으로 한 대규모 주거벨트로 묶일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신동의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그동안 인근 지역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던 행신지역 인근에 창릉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창릉신도시를 중심으로 원흥·삼송·지축·은평·향동 지구와 함께 커다란 주거벨트가 형성된다”며 “당장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행신지역에는 ‘창릉 없이 행신 발전 없다’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일산주민들의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을 일산신도시와 창릉신도시 간 힘겨루기로 치부하거나 고양시 내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에 시큰둥하기는 화정지역도 마찬가지다. 화정동 S부동산 관계자는 “대곡역세권 개발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화정지역의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며 “창릉신도시가 들어선다 해도 화정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선에 화정중앙역 설치가 주요 이슈다”며 “대곡역세권 개발과 화정중앙역 설치로 인해 화정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이 점차 힘을 잃을 조짐을 보이면서 일산지역의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일산연합회(일산연)의 전략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 하락’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과거의 대규모 집회 방식에서 지역 간 연대 강화와 정부정책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창릉신도시 반대운동 초기 ‘집값하락’을 반대명분의 전면에 내세운 탓에 ‘지역이기주의’로 내몰리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보고 반대운동의 대립각을 ‘정부의 부당·위법한 정책 철회’로 명확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3기 창릉신도시 철회 △우수한 교통여건 조성 △고양시정·의정활동 감시 △고양시 전체균형 발전을 위한 대곡역세권 개발사업 집중 △하수처리장·화장터 등 서울시·정부 부당 정책 철회 운동 등 5가지 목표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이현영 일산연 회장은 “창릉신도시 문제는 일산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정, 행신지역도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들 지역 주민들과 토론과 논의를 통해 창릉신도시 반대운동 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3기신도시철회 걷기대회, 카퍼레이드, 서명운동 등 캠페인 활동과 온라인을 통해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한 부당함과 위법성을 알려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다”며 “더욱 많은 분이 정부의 일방통행 식 정책추진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반대투쟁의 내실을 기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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