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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이상 주민들이 거주하는 대규모 주택가 한복판에 군 헬기부대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군 당국은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위치한 가납리비행장에 헬기 20여 대 규모의 헬기부대 배치계획을 추진해 일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헬기부대가 배치되는 가납리비행장 500m이내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일반주택들이 즐비한데다 1.5km이내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자리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군 헬기는 주간의 경우 최대 6대, 야간은 4개가 동시에 기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헬기 이착륙과 비행으로 인한 소음피해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가납리비행장이 군사적으로 중요성 위치라는 점을 들어 헬기부대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입장이다.
주택가 한복판 일방적 헬기부대 추진에 지역 주민들 반발
군 당국에 따르면 가납리비행장 내 헬기부대 배치계획은 국방부의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30년 이상 노후된 헬기를 신형 수리온 헬기로 교체하는 전력증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격납고를 신축해 헬기 20여대를 배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후 군은 인근 주민들과의 소통 없이 계획대로 헬기부대 배치를 추진해왔다.
지난 2018년 10월 주민들은 헬기 격납고 신축 공사를 이상하게 여기고 살펴보던 중 가납리비행장 내 헬기부대가 배치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헬기부대 배치 예정인 가납리비행장 500m 이내에는 빌라단지, 노인복지시설, 대규모 주택들이 들어서 있어서다. 1km이내에는 가납주공아파트, 성우아파트, 희망아파트 등 아파트단지와 가납초등학교, 조양중학교도 자리하고 있다.
1.5km이내까지 확대하면 덕도초등학교과 광석택지개발예정지구(116만9700㎡, 7760가구) 택지개발지구, 전원주택단지 등을 포함한 가납리 내 주택 대부분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만 1만3000여명에 달한다. 사실상 지역 전체가 헬기 이착륙과 비행소음에 노출된 셈이다.
가납리비행장 인근 양주시 광적면·은현면·남면 주민들은 즉각 ‘양주 광적 군 헬기 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수차례의 반대집회와 트랙터행진, 주민토론회, 헬기 화형식, 삭발식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400여일 넘게 가납리비행장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양주시내에서 출퇴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7개월째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이성호 양주시장과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시) 등도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가납리비행장 헬기부대 배치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희창 의장을 비롯한 양주시의원들은 국방부 정문 앞에서 헬기부대 배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국회 안규백 국방위원장을 찾아 국방부의 헬기부대 배치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제야 군 당국은 지난해 5월 부랴부랴 육군1군단·양주시·대책위가 참여하는 민·관·군 협의회를 구성하고 헬기부대 재배치에 따른 갈등 해소에 나섰다. 그러나 △소음환경영향 평가 실시 후 민·관·군협의회서 재논의 △주민과의 협상 이전까지 헬기부대 배치 보류 등만 합의했을 뿐 소음환경영향 평가 이후 후속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민의식 대책위원장은 “헬기부지 자체가 주거 밀집 지역과 너무 가깝다”며 “헬기부대 부지와 불과 100미터 거리에 있는 빌라단지의 경우 현재 도로 3개가 새로 생기며 빌라신축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1차 소음영향평가를 실시했는데 헬기 1대가 떴는데도 인근 동네사람들은 ‘못 있겠다’고 집에서 뛰쳐나왔다”며 “헬기 1대가 떠도 상황이 이 같은데 6대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어떻겠느냐”고 토로했다.
민 위원장은 “헬기소음은 가납리 마을 뒤편의 산에 가로막혀 되돌아오게 돼 있어 마을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헬기부대가 들어와 주민 생활이 침해받는다면 이는 주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헬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 오래 노출될 경우 청각장애 올수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통이 복잡한 도로의 소음은 70~80데시벨, 노래방에서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1m 거리의 굴착기 소리는 100데시벨 정도다.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오랜 기간 들으면 청각장애가 생길 수 있다. 120데시벨 이상은 통증으로 느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헬기 1대가 이착륙 때 발생하는 소음은 약 115데시벨 수준이다.
현재 대책위는 주민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소음결과가 나오더라도 군 당국이 헬기부대 배치를 철회하는 대신 금전보상에 나설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대책위 또 다른 관계자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 주택이 한 두 집이면 금전보상을 해주고 헬기부대가 들어오면 되지만 수백 수천 채에 달하는 주택을 다 보상해 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차라리 보상금으로 헬기부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헬기부대를 배치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가운데 소음영향평가 결과와 부대배치 여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4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소음환경영향평가는 현재 1차 평가를 완료한 가운데 24일부터 야간비행 소음측정 등 2차 평가에 들어간다. 또한 3월 중순 4차 비행시험까지 완료한 후 4월말 최종 결과가 도출된다.
헬기부대 배치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육군1군단은 스카이데일리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수도권 북방을 사수하고 있는 군사 전략적 중요성과 산업·주거시설, 인구가 밀집한 경기 북부지역의 재해재난 상황에 대비해 신속한 항공지원은 필수적이다”며 “군단의 중앙 지역이자 작전·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인 가납리비행장에 헬기부대를 배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음영향평가는 소음이 주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며 “타 지역으로 부대를 이전하는 기준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1군단은 이어 “현행법상 헬기 배치여부를 결정하는 소음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소음영향평가 결과를 기초로 헬기부대 이전을 결정할 수 없다”며 “(설령 이전하더라도) 이전부지 매입, 활주로 등 시설 신축을 위한 천문학적인 예산과 함께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군 당국은 헬기부대 배치로 인한 주민피해 최소를 위해 △방음벽 설치 △헬기 운항경로·고도 조정 △휴일·야간운행 최소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민·관·군 협의회는 향후 소음영향평가 최종결과를 토대로 헬기부대 배치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결이 나올진 미지수다. 군 관계자는 “측정결과가 어느 수준이 돼야 헬기부대 배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민·관·군이 소통하고 국방부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고 피력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군소음보상법에 따라 소음대책지역을 지정·고시하고, 소음피해보상 등을 추진하기 위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영향도 조사 예규’ 제정안을 마련해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조사계획 수립→사업설명회→소음측정→측정값 정리·분석→소음영향도 작성→검증→지역 현황조사→의견조회→소음영향도 확정→고시·공람 등 소음영향도 조사 로드맵도 내놓았다. 아직까지 보상 외에 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가납리의 한 주민은 “군 당국은 이곳의 주택규모와 분포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헬기부대 배치와 부지를 결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어떻게 주민들 대문 코앞에 헬기부대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이어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은 받아들 수 없다”며 “수십 년 이곳에 터를 잡아 살아온 주민들을 내쫓겠다는 것으로 간주해 강력한 반대운동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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