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등장한 각종 규제 법안들로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기업들이 서서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국내 온라인 유통의 강자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기업들의 해외 이전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은 고용과 투자, 사회공헌 등의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사안으로 지목된다.
美 상장 성공한 쿠팡 본보기 삼는 e커머스 업계…“낡은 거미줄식 규제 때문에 떠난다”
지난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창립한 김범석 의장의 행보가 최근 화제다. 김 의장은 쿠팡을 미국 나스닥 증권 시장에 상장시켰다. 쿠팡은 무려 7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시장의 기대감도 상당했다. 미국 증시 상장 첫날 쿠팡의 시가총액은 100조원대로 치솟았다.
김 의장이 한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배경에는 기업과 기업경영에 우호적인 환경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혜택이 차등의결권이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견제하고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자의 보유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앞서 김 의장은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화상 간담회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경쟁하는 무대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가장 큰 목적은 투자금 유치였지만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미국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도쿄, 홍콩, 상하이 등 세계 주요 유가증권 시장에선 차등의결권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경영자가 경영권 위협없이 오로지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추지다. 어느 정도 효과도 입증된 상태다.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사실은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관련 업계 내에서 해외 증시 상장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신선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온라인 유통업체 ‘마켓컬리’의 경우 최근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이 밖에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 ‘오늘의 집’, 중고물품 거래중계 서비스 업체 ‘당근마켓’, 숙박예약 대행서비스 업체 ‘야놀자’ 등도 꾸준히 해외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끊임없는 기업 고문…살기 위해 한국 떠나는 경제효자들
관련업계 안팎에선 온라인 유통업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의 손발을 묶는 낡은 규제가 지목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기업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만한 규제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결국 규제가 덜 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1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발의를 추진했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국한됐던 규제 대상에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180석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처벌법, 상법개정안 등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줄줄이 발의 혹은 통과시킨 바 있다
문제는 친노동·반기업 정책 기조에 따른 기업들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후폭풍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고용, 투자, 사회공헌 등 한국 경제·사회 분야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 번 돌아간 기업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적어 피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기술혁신과 리쇼어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리쇼어링 기업이 2010년 95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886개로 크게 늘어났고 유럽에서도 2016~2018년 간 193개 기업이 리쇼어링(기업의 자국 복귀)을 택했다. 일본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7633개 기업이 해외에서 돌아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본격 시행된 2014년에는 20개로 나타났다. 이후 △2015년(3개) 2016년(12개) △2017년(4개) △2018년(9개) △2019년(16개) △2020년(24개) 등 총 88개에 불과했다.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적은 수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업 규제를 벗어나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서는 반기업·반시장 정책 철회와 함께 무더기식 규제법안 양산을 멈춰야한다고 피력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끊임없이 기업을 구박하고 물고문하다시피 했다”며 “이는 결국 기업의 해외 이탈 증가라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어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고 지금의 반시장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해외 이전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고 경고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각종 규제 법안까지 등장한다면 기업들 입장에선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본질적 역할은 기업이 온전히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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