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그동안 반기업 법안의 끝판왕으로 불려 온 ‘법인세 인상’ 카드를 결국 꺼내 들었다. 명칭은 법인세가 아닌 다른 표현을 쓰고 이유 역시 청년 취업난을 들었지만 종국엔 기업들의 세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인세 인상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벌써부터 부작용 우려가 들끓고 있다. 특히 당초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세부담이 늘어날 경우 결국엔 고용, 시설 등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미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상당한 수준에 달해 추가 상승은 기업의 숨통을 옥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조세수입 중 법인세 비중이 CECD 평균(10%)을 훨씬 웃도는 약 15.7%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세 도입→기업 세부담 증가→고용위축…불 보듯 뻔한 반기업법 악순환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36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만3000명(-1.8%)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4만2000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실업자 수는 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5000명 증가했다. 동월 기준으로 2018년(42만1000명)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도 전년 동기 대비 1.1%p 증가한 10.1%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당이 사실상 법인세 인상이나 다름없는 법안을 꺼내 들어 파장이 일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세 도입’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들의 사업소득에서 약 1%를 청년세로 걷어 청년을 위한 공공 일자리를 만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을 내는 기업입장에선 법인세를 1% 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민주당이 이미 한 차례 입법을 시도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처리가 무산된 재활용 성격이 짙다. 지난 2016년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정세균 현 국무총리는 기업에서 10년 동안 청년세를 걷어 그 돈으로 청년일자리 사업에 투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과도한 기업 옭매기란 비판에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청년세는 이번에도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세부담이 늘어날 경우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청년 일자리만 감소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의 각종 규제 법안 양산으로 기업들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려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히려 기업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경우 결국엔 고용, 연구개발 등 투자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심각할 경우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는 기업도 등장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창출 의지가 있다면 기업들의 부담을 경감시켜 고용, 시설투자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의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들로 하여금 법인세같은 세금을 더 거둬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일장춘몽에 가깝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조세부담을 완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다른 국가들은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고려해 법인세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인세 부담으로 기업들이 설비·투자·고용 등을 기피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법인세 부담을 최소화해야한다. 이는 곧 신규일자리 창출 및 경제 선순환 효과의 지름길이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부담 1%p 인하 시 기업투자 6.3% 상승…주요 선진국 앞다퉈 법인세 인하
우리나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이미 세계 주요국 기업들에 비해 과도한 편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4.5%로 OECD 6위 수준이었다. 전체세수 중 법인세수 비중 역시 15.7%로 콜롬비아와 칠레에 이어 OECD 3위를 기록했다. 미국(4.1%), 독일(5.6%) 등에 비해서는 무려 3배나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법인세 부담은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원에 따르면 법인세 부담을 1%p 낮출 경우 설비투자가 6.3% 늘어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p 인하 시 상장기업의 투자율은 0.2%p 올라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퉈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OECD 37개국 평균 법인세율은 2010년 25.4%에서 지난해 23.5%로 낮아졌다. OECD 37개국 중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21개국은 지난해 법인세율이 2010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는 파격적인 감세 조치를 펼친 바 있다. 반면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한국, 독일, 터키, 칠레 등을 포함한 8개국에 불과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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