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어설픈 선의(善意)가 빚은 주택임대차법 희‧비극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07 09:25:23

 
▲ 이동호 변호사
/선의로 한 주택임대차법 개정, 반대 결과만 초래
/1990년 법 개정, 임대료 폭등에 자살 비극 발생
/2020년 법 개정, 여권인사의 내로남불 희극 발생
/정치 아닌 시장영역, 선의만으론 서민보호 못 해
/주택 200만호 건설 같은 시장친화적 해법 찾아야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에서 가장 진보·개혁성향인 의원이 작년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통과 이전에 임대료를 5% 이상 올렸던 일로 원성이 빗발쳤다. 이 사건으로 40대 후반이 된 필자가 나라 걱정, 집안 걱정을 제일 심하게 했던 때가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아니었다. 바로 고등학생이던 1990년이었다. 그 때 전세값이 폭등했는데 필자의 집도 전세였기에 어린 마음이지만 이러다가 우리 집도 소위 ‘사글세’(삯월세)로 밀려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전셋값 폭등의 원인은 1989년 12월 30일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법률이었다. 획기적인 민생 입법이었는데 확정일자 갖춘 임차권에 대한 우선변제권과 주택임대차 기간 최소 2년 보장 등 지금은 당연시되는 임차인 보호제도가 그때 도입됐다. 그 전까지는 임대차보증금이 나중에 설정된 근저당보다 후순위였다. 그래서 집 주인이 빚을 못 갚아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근저당권자들이 먼저 배당받고 임차인은 쥐꼬리만한 소액보증금만 받고 쫓겨나는 신세였다. 임대차 기간도 사실상 1년밖에 보장이 안 됐다. 이 때문에 임차인은 매년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려줘야 하는 열악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이던 시절, 3김이 이끌던 야당이 총출동했다. 김대중 평민당의 박상천, 김종필 공화당의 윤재기와 김영삼 통일민주당의 장석화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3개 법안을 묶은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이 통과됐다. 제안 이유를 보면 당시엔 전국적으로 46%의 가구가 무주택이었고 특히 서울은 그 비율이 무려 60%나 됐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집값은 물론 전세값도 매년 급등해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차인 보호 입법이 절실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부터 비극이 발생했다. 전셋값 폭등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날 신세가 된 가장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선의(善意)의 입법이 정반대 결과를 낳은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당시 필자는 고등학생이라서 언론보도를 꼼꼼히 챙기진 못했지만 상식선에서 짐작해 보건데 임대차 기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지니 집 주인들이 내년 상승 몫까지 한꺼번에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일보 2011년 1월 20일자 “자살도미노에서 전세난민까지”라는 기사를 보면 그때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매년 오른 집세도 충당할 수 없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1990년 4월 어느 날 전셋값 급등을 견디지 못한 40대 가장이 부인, 그리고 7, 8세 자녀와 동반자살하면서 남긴 글이었다. 전셋값 파동으로 두 달 동안 17명의 세입자가 자살하는 ‘자살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990년 서울 전셋값이 23.7% 올랐다고 하는데, 기록상으론 1999년 32.5% 상승이 가장 높지만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에 22.4% 급락한 이후 반등이라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1990년 무렵이 가장 심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하필이면 그 해 배추 파동까지 겹쳐서 김치가 금(金)치가 되는 바람에 서민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겪었다. 지금 들으면 웃겠지만 도시락에 배추김치를 싸오면 반찬 뚜껑을 자랑스럽게 열 정도였다.
 
그때 전세난은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노태우정부가 주택 200만호를 공급하면서 잠잠해졌다. 중앙일보 2005년 7월 20일자 “1980년대 후반 집값 폭등 200만호 건설로 잡았다”는 기사에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노태우정부는 87년, 88년 연거푸 투기억제대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자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를 만들어 92년까지 2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래파동, 자재난 등 여러 부작용도 있었지만 91년 말에 조기 달성됐다. 필자의 집도 그 때 아파트란 곳에 처음으로 살아 보게 됐었다. 집값은 하락세로 반전했고 90년대 내내 안정됐다. 서민이 살기에 더 없이 좋은 시절이었다. 정부가 시장과 싸우기 보다는 규제 정책을 버리고 핵폭탄급 공급이라는 시장친화 정책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년 세월이 흘러 이번엔 비극이 아닌 희극이 발생했다. 작년 7월 여당은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을 2년 더 연장시킬 수 있는 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승폭을 최대 5% 이내로 제한하는 주태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급하게 통과시켰다. 심도 있는 토론을 하자는 야당을 집 주인 편만 든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필자는 세입자를 보호하자는 여당의 선의(善意)야 알겠지만 1990년과 같은 부작용이 재현될까봐 걱정이 됐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갱신 시마다 임대료 5% 인상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돈이 필요 없는 임대인은 굳이 전셋값을 안올리고도 연장을 해주기도 했다. 필자도 아주 소액을 올려주고 전세를 연장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법이 가격을 정해 버리니 안 올려봤자 임대인 본인만 손해란 인식이 퍼진 것 같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흥정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우습지만 경제부총리가 위로금 주는 첫 선례를 남겼는데 법에 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가 명문화됐기 때문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원래 갱신할 의사 없이 딱 2년만 살려던 세입자도 있을 것이지만 이제는 갱신할 것처럼 하다가 적당히 위로금 받고 나가는 작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조만간 지역별, 아파트별로 갱신청구권 포기 위로금의 적정가가 통용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것이 임차인 보호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데 이 비용이 고스란히 다음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임대료 상승 요인이 생긴 것인데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신규 임대차와 기존 임대차 간에 임대료가 수억 씩 차이나는 현상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번에는 가장이 자살하는 비극까진 발생하지 않았다. 30년 세월이 흘러 무주택자도 많이 줄고 주택보급율도 거의 100%가 되다 보니 기존 전세에서 밀려나도 들어갈 집 자체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내로남불’이라는 희극이 발생했다. 주택임대차법 개정을 주도한 핵심 지도층이 정작 자신들은 반대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이 원인이 된 것인지 철옹성 같던 40대의 여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는데 아마 40대 무주택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이탈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중ㆍ고등학교 자녀를 두었을 수도 있어서 어느 세대보다 주거 안정이 필요한데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자녀를 전학시켜야 할 정도로 멀리 이사 가야할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의를 갖고 추진한 입법으로 여당이 역풍을 맞은 이유는 바로 시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가격이라는 무기로 규제에 보복을 해버린 것이다. 정치에서는 선의가 통하겠지만 시장에서는 이기심과 수요ㆍ공급 원칙이 통할 뿐이다. 내로남불로 웃음거리가 된 이들 역시 시장에서는 일반 시민과 전혀 다르지 않게 한정된 재화의 공급자 지위에서 이익을 추구했을 뿐이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부작용 막겠다고 또 누더기 같은 개정 법률을 만들 것인가. 해답은 시장과 역사에서 찾으면 된다고 본다. 30년 전에 그랬듯이 수도권 수요를 대체할만한 파격적인 공급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3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1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슈퍼주니어 활동, 싱어송라이터,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친 '동해'가 사는 동네의 명사들
서창진
한양대학교
이동해(동해)
슈퍼주니어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사람과 꿈과 통일을 잇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에요”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정보제공 ...

미세먼지 (2021-02-26 15:0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