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황제경영에 멍드는 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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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황제경영에 멍드는 남양유업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0 00:02:33

최근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사태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77.8% 억제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게 화근이 됐다. 세포 단계의 실험인데도 마치 백신보다 효과가 좋은 것처럼 발표하는 바람에 한때 마트와 편의점에선 불가리스 사재기가 성행했고, 증시에선 남양유업 주가가 출렁이는 등 사회 혼란이 초래됐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남양유업은 결국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다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불가리스 사태 이후 ‘믿고 거르는 남양유업’이란 뜻을 가진 ‘믿거남’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대신 불가리스를 접종하는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남양유업의 행태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남양유업의 자회사가 만든 타사 제품까지 불매한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남양유업의 자회사 건강한사람들은 자사 제품뿐 아니라 국내 주요 식품회사들의 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타사 제품을 위탁생산한 만큼 제품 설명란에만 작은 글씨로 건강한사람들이 적혀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찾아내기조차 쉽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사진으로 찍어 남양유업이 만든 제품임을 알리고 있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은 한결 같이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다’는 반응이다.

불가리스 사태를 통해 평소 기업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엿볼 수 있다. 남양유업이 무리한 코로나19 마케팅으로 자충수를 뒀지만, 다른 기업이였다면 비판 여론이 이렇게까지 높진 않았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8년이 넘도록 장기간 불매운동에 시달리는 기업은 남양유업이 거의 유일하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부정적 이슈로 인해 남양유업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 번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변화와 혁신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남양유업이지만 그간의 행보에 비춰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의 확고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오너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오너경영이 가진 장점이 많지만 남양유업의 경우 내부 시스템의 견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홍 회장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남양유업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홍 회장의 가족이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 상무를 제외하면 홍 회장과 그의 아들 홍진석 상무, 홍 회장의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 등이 등기임원으로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사회 내에 별도의 위원회가 없다보니 사외이사가 2명 있지만 이마저도 이사회에서 추천한다. 홍 회장 등 오너경영진을 감시할 인물을 본인이 직접 뽑는 구조다.

최근 몇 년 간 남양유업 이사회 내에 올라온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사외이사 등이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사회는 경영진이 올린 안건을 통과시키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1929년생인 홍 회장의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채 보수를 받고 있지만 최근 수 년 간 이사회에 참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홍 회장이 가진 지분은 51.68%다. 경영권이 오·남용되고 사익추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이를 견제·감시할 수단이나 장치가 전무한 셈이다.

이번 불가리스 사태도 사실상 홍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이 불러온 참사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제대로 된 경영진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면 불가리스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식품업계 종사자들은 애시당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게 무리수였다고 입을 모은다. 남양유업 내부에서도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건 내부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홍 회장의 황제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남양유업의 변화와 혁신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