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은 ‘민족’ 팔아 대한민국 거덜 낸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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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 담론 ‘우리민족끼리’에 놀아난 꼴
망해가던 북한 기사회생시킨 이적 합의
北핵무력 완성·南종북단체 전성기 열어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5 00:02:02

6·15선언 21주년을 맞는 심정은 착잡하다. 관련 언급이 뜸해진 지 오래다. 4·27판문점선언, 싱가포르 미·북회담의 기대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무산된 이래 문재인정부의 속앓이는 끝없다. 북측의 갖은 욕설과 도발적 처사에 덧없는 애정표현만 늘어놓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더 괴롭다.

햇볕정책 21년째의 남북관계에 안타까움·분노·불안이 가득하다. 제2차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 속에서도 살아 있던 남북대화 여지는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끝장난 느낌이다. 700억짜리 건물을 보란 듯 날리는 북한의 행태에 근근이 이어진 희망의 불씨조차 사라졌다. 2000년 6월 13일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던 역사적·획기적 순간의 감동은 배신감·자괴감 속에 반추될 뿐이다.

북한의 기만적 ‘우리민족끼리’ 담론 앞에 우리는 너무 순진했다. 민족애·동포애라는 스스로의 순정에 속은 셈이다. 6·15선언 및 햇볕정책은 북핵 완성과 남한 종북세력의 권력화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대중·노무현정부 8년간 8조원 상당의 지원, 정상회담 대가 4억5000만달러의 현찰이 건너갔으나 굶주린 주민들을 위해 쓰이지 못했다. 선군정치를 위한 군자금, 3대 세습체제를 보위하는 결정적 수단인 핵무기 완성에 들어갔다. 포용정책과 햇볕정책의 수혜자는 권력자와 그 주변 세력이었다.

북한 핵개발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장담하며, 햇볕정책 이래의 남북교류와 한반도 안정화를 강조했다. 북한 핵실험 뉴스에도 금강산 관광버스에 몸을 실을 만큼 안보의식이 마비돼 갔다는 뜻이다. 세계인의 눈에 기이하게 비쳤을 정도다. 사실 적시와 냉철한 현실비판에 ‘철 지난 색깔론’, “요즘 간첩이 어딨나”는 식의 코웃음이 보편화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을 못살게 하니 발악적 행동을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주장과 논리는 고스란히 현 정권 실세와 그 지지자들에게 반복된다. 6·15선언에 힘입어 20년간 세상을 바꿔온 사람들이다. 1980년대 이래의 지하활동을 접고 정계·학계 및 교육계·언론계·시민단체에 진출, 다수가 사회 지도급 위치에 올랐다. 2001년 9월 충북 괴산 군자산 수련원에 모인 민족해방(NL)파 활동가 700여명의 1박2일 ‘민족민주전선 일꾼전진대회’를 모르고 지난 20년 한국사회의 ‘기울어짐’을 논할 수 없다. 일명 ‘9월테제’로 불리는 이 ‘군자산의 약속’에 대한민국이 먹힌 상태다.

이들은 6·15선언으로 몇 년 내 ‘낮은 단계의 연방제 남북통일’ 실현, 10년 전후 자주적 민주정부와 완전한 연방제 남북통일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과 민족민주정당 건설을 통해 10년 내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을 목표로 삼았다. 이게 지난 20년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반미·종북화, 동류의 다양한 좌파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배경이다. 이들의 지역 토대·정당 장악·전국적 하부조직 계획은 달성됐다. 모든 시위에 손쉽게 인원 동원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햇볕정책 실패론에 김 전 대통령은 “분명히 성공했고 더 성공할 수 있는데 미·북 관계 때문에 못했다”고 반박했다. 선의로 해석해 ‘북한에게 속았다’지만 산전수전 두루 겪은 거물 정치인치곤 부끄러운 변명이다. 중국의 혈맹이자 핵보유국 북한을 용인하는 미·북 관계란 불가능하다. 햇볕정책이 결과적으로 미·북 관계는 물론 남북·한미·한일 관계까지 망가뜨렸다. 우리민족끼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과 위정자들은 한때나마 햇볕정책을 지지한 국민의 진정성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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