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범현대家, 노조·파업 리스크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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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올해 임단협 결렬…산업현장 혼란 우려
현대중공업 노사 ‘강대강’ 대치…생산차질 불가피

이창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12 14:21:40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인해 노사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12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날 노조의 파업권 여부를 결정할 중앙노동위원회 회의를 진행한다. 사진은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스카이데일리

범(凡) 현대가 기업들에 노사갈등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파업 리스크’라는 또 다른 악재와 마주할 위기에 처했다. 갈 길 바쁜 현대중공업도 파업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12일 현대자동차 등에 따르면 이날 노조의 파업권 여부를 결정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회의를 진행한다. 만약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시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했지만 기본급, 정년 연장 등의 문제를 두고 사측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먼저 사측은 기본급 5만 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100%+300만 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 원 △2021년 특별 주간 2연속 교대 10만 포인트 등의 제시안을 제출했다.

이와 달리 노조 측은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었다. 특히 정년연장같은 경우 최장 만 64세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 간의 입장차가 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7일, 전체 조합원 4만8599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투표에 참여한 4만3117명(88.7%) 중 3만5854명(73.8%) 찬성해 가결됐다. 그 외에 나머지는 기권 5482명(11.2%), 반대 4944명(10.2%), 무효 2319명(4.8%)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게 되면 이는 3년 만의 일이다. 일각에선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제때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며 자칫 차량 생산·판매에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내연차 생산 차질은 물론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양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필두로 오는 2025년까지 총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간 1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비단 노사갈등에만 국한되지 않고 노노갈등 역시 불거지고 있는 처지다. 지난 4월 출범한 현대자동차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구성원 절반 이상이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생산직 노조가 만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연장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자신을 MZ세대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정년연장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고 더욱 야기하는 반사회적 정책이다”며 입법청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MZ세대의 미래 임금을 희생해 정년만을 고집하는 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 역시 파업 리스크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2년치 임단협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올해 2월과 4월 최종 합의를 시도했으나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연속 부결됐다. 기본급 인상 등을 담은 노조 요구에 사측이 난색을 보이자 입장차를 좁체 못했다.

이후 교섭과정이 원활히 흘러가지 않자 지난 6일부터 전면파업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전면파업 첫날부터 조경근 노조 지부장 등은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러한 전면파업 실행은 지난 2019년 6월 후 2년 만이다. 문제는 최근 노조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2~14일 3일간 전면파업, 15~16일은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원래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전면 파업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재연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생산 차질이 불가피진 실정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전면 파업 당시 사측이 추산한 하루 평균 매출 손실액은 83억원에 달했다. 생산 차질로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맞추지 못할 시 수십억 원 규모의 지체 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현대중공업을 둘러싼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년 가까이 대우조선과의 합병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선결조건인 국내외 기업결합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도 표류 상태에 있다.

앞서 기업결합 심사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유럽연합(EU), 한국, 일본의 결과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수계약 기한을 당초 6월30일에서 오는 9월30일로 3개월 연장해 불가피한 조치를 택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기자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