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 이금기의 불법·갑질 얼룩진 성공신화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03 00:02:51

이유식을 시작으로 유제품, 음식료, 건강보조식품까지 내놓으며 종합식품 전문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일동후디스가 후진적인 경영 행태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만 사용하라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데 이어 중소기업의 상표권을 무단 침해해놓고 오히려 대형 로펌을 고용해 수년 간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사실상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아 왔다. 법과 윤리를 존중하고 공정경쟁과 정도경영을 추구한다는 일동후디스의 경영이념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일동후디스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는 이금기 회장의 성공신화마저 흔들고 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장까지 오른 이 회장은 재계에선 ‘샐러리맨 신화’로 불릴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6년 부도 위기였던 남양산업을 인수해 사명을 일동후디스로 바꿨고, 꾸준한 제품 개발과 뛰어난 마케팅 수완을 바탕으로 지난해 1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일동후디스 성장을 일궈낸 이 회장이 과거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답습하면서 시대착오적 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CEO)으로 일동제약을 이끌 당시에도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국민영양제로 불리는 아로나민골드를 시장에 내놓은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약사 출신 영업사원을 고용해 병원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일삼다 적발된 것이다. 2011년에도 일동후디스는 산부인과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중소기업의 상표권을 무단 침해한 것도 모자라 역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도 이 회장의 윤리경영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긴 마찬가지다. 2018년 식약처가 ‘아기’ ‘냠냠’ 등 유아를 연상시키는 고유명사를 제품명으로 쓰지 못하도록 조치하자 일동후디스는 아이밀이라는 상표를 만들어 썼다.

그런데 아이밀이라는 상표는 이미 2011년 설립한 중소 식품기업이 브랜드명이자 사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을 시작으로 중국과 대만 시장 진출에도 성공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유망했던 아이밀은 일동후디스가 아이밀을 제품명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일동후디스가 중소기업의 상표권 침해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말이 안 되지만, 설사 뒤늦게 알았다고 해도 이후 대처를 보면 이 회장이 언급한 정도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밀이 2019년 7월 일동후디스에 상표권침해금지 소송과 상표무효 심판 3건을 특허법원에 제기하자 일동후디스는 되레 아이밀에 상표무효 심판 청구를 제기하면서 맞섰다.

1년 뒤인 지난해 일동후디스는 특허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항소했다. 아이밀이 청구한 상표 3건도 일동후디스는 패소했지만 또 항소했다. 일동후디스는 항소심에서 대형 로펌인 화우를 선임하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난 5월 아이밀의 상표 등을 모두 인정하는 방향으로 7건의 심판 청구에서 모두 패소했다.

상표권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인 아이밀은 경영 악화에 시달려야 했다. 판결 이후에도 일동후디스는 어떠한 조치도 없이 오히려 상표권을 침해한 아이밀 제품을 라이브쇼핑이나 1+1 할인 등으로 재고를 소진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어 비판을 부추긴다. 그간 사법리스크에 시달려 피해를 입어야 했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자사 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동후디스의 지배구조는 각종 논란에 휩싸여 결국 오너일가가 지분 전부를 매각하기로 한 남양유업의 그것과 무척 닮았다. 일동후디스는 이 회장이 지분 56.8%,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수 대표가 지분 26.1%를 갖고 있는 오너일가 소유의 가족회사다. 비상장사다보니 경영진을 견제·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사외이사마저 두고 있지 않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사내이사직은 유지한 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경영 전면엔 이준수 대표가 있다. 감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일동후디스는 이 회장과 이 대표가 경영의 모든 걸 결정하는 부자(父子) 경영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일동후디스가 ESG 경영 흐름에 발맞춰 소비자신뢰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오너 2세인 이준수 대표로의 과감한 세대교체와 준법경영 실천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이 대표가 하루빨리 이 회장의 품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경영 철학과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