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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물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이용조건 수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시세나 감정평가액, 매매가 중 하나라도 6억원이 넘으면 이용할 수 없는 데 현재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는 보금자리론 대신 금리가 높은 상품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주거비 부담만 더욱 늘어나게 된 셈이다. 특히 앞으로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가계경제 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보금자리론 기준을 현실성 있게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넘어 경기도 대부분도 중위가격 6억원 돌파…있으나 마나한 보금자리론
지난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주택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한 해였다. 세제개편을 통해 세금 부담을 늘린데 이어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도입 등 정책을 도입한 시기와 맞물린다.
집값 상승은 지역을 막론했다.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이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9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자 현금 여력이 부족한 이들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린 결과였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인구는 10만2475명이 줄었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로 같은 기간 7만3654명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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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KB국민은행의 월간 KB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달(5억9203만 원)보다 873만 원 오른 6억76만 원으로 집계됐다.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수도권의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114의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집계에 따르면 경기도의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74.05%에서 38.5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렇게 수도권 주택 절반 이상이 6억원을 넘어서면서 주택을 마련하는 서민을 위해 필요한 돈을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이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다. 보금자리론 이용 조건이 현실과 크게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도입된 정책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일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 장기고정금리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향후 금리 변동의 위험에 대비하는 데 적합해 많은 무주택 서민들이 이용해온 대출 상품이다. 기본 대출금리에 각종 우대금리를 받게 되면 최대 1.2%까지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값싼 이자를 제공하는 만큼 주택 기준으로 시세나 감정평가액, 매매가 중 하나라도 6억원을 초과할 경우 이용이 불가능하다. 경기도 역시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보금자리론 조건에 부합하는 집을 찾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수요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가 높은 상품을 이용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집값 상승 조짐에 공황 구매↑…“보금자리론 조정해 피해 막아야”
신혼부부 강희정(가명) 씨는 “정부 임기 안에 주택가격이 내려갈 것이라 믿고 기다려봤지만 시장 상황 상 앞으로도 내릴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 하에 올해 경기도에 주택을 매수하기로 했다”며 “직장이 서울이라 경기도 외곽을 제외한 그나마 가까운 수원이나 성남, 광명, 고양 등 지역의 아파트를 확인해봤지만 6억 이하의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6억 이하는 절대 구할 수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보금자리론 이용이 불가능한 7억원 대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금리 상승 시점과 맞물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임금 인상도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민성(30대) 씨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이 집을 구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서울의 집값은 대다수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이 넘어 대출이 20%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고 경기도도 중저가 아파트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다고 3기 신도시에 들어가자니 분양가도 비쌀뿐더러 분양이 제때 될지 명확하지 않아 청약을 신청하기가 망설여진다”며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다 보니 높은 금리를 주고라도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민들은 계속해서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주택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보금자리론’의 대출 기준이 현실과 큰 괴리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보금자리론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대출을 받게끔 해놨다가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 가격이 오르자 2009년 5월 이후부턴 9억원까지 대출을 가능하게 변경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도 주택가격이 올라 너무 큰 괴리를 형성하고 있으니 기준에 맞게끔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체 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03% 정도로 가장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또한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55% 사이인 점을 고려했을 때 보증기관의 위험부담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한 만큼 보금자리론 자격 한도를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무주택자에 한해 보금자리론이 잘 이용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에 맞게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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