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고용대책에 숫자놀음 취업률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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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13 00:02:30

‘고용률 1.2%p 상승, 실업률 0.5%p 하락, 청년 실업률 1.8%p 하락’. 이달 11일 기준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에 명시된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가장 먼저 지시하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81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정책을 펼쳐 왔다.

이러한 문재인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해당 지표만 두고 볼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은 크게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 통계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4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는 올해 3월 이래 5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4차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실시 등 어려운 고용 여건에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만명 이상의 취업자 증가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올 6월 대비 지난달 취업자 수(계절 조정)는 2만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6개월 연속 증가 중인 취업자 수는 코로나 직전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 99.4%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p 상승한 67.1%를 기록했다. 이중 청년층인 15~29세 고용률은 45.5%로 같은 기간 2.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9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만8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7월 91만4000명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실업률은 3.2%로 0.8%p 축소됐다.

고용은 늘고 실업은 줄었다는 소식이야말로 근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반가운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지난해 초 발발한 코로나로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각 지표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욱이 고용동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겉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지난달 30대 취업자 수는 무려 12만20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이다. 가장 왕성한 경제 활동을 벌여야 하는 중추적 연령대가 30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용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자영업자의 고용 한파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7만1000명 감소한 127만4000명이었다. 이는 같은달 기준 1990년 7월 119만5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의 고용 상황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18만6000명 감소했다. 올해 6월 16만4000명의 취업자가 줄어든 것과 비교해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됐다. 올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했던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역시 1만2000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방역 수칙이 강화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의 경우 4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각각 격상되면서 서비스업 고용에도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여파에도 정부가 고용 지표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대해선 부정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보이는 ‘숫자’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질적인 고용 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놀고 있는 30대가 늘고 자영업자가 고용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고용 시장이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취업자 수에 현혹되지 말고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오창영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