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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언론중재법안 ‘징벌손배’ 외 독소조항 더 있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8-25 12:21:56

▲ 이동호 변호사
/인터넷뉴스 대상 열람차단 청구도 문제
/언론사 수용거부·조정률 하락의 역효과
/정정보도 청구시 공표 의무 악용 우려
/중재위원 자격 확대 與성향 배치’ 의심
/임대차3법‧검찰개혁법처럼 국민에 무익
 
필자는 본지의 8월 11일자 칼럼(‘언론자유 위축시키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니’)에서 여당이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키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기대하는 만큼의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다. 징벌적 배상이 이미 도입된 다른 법률에서도 실제 소송화가 되어 인정된 사례가 매우 적기도 하지만 고의·중과실 같은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고 배상액도 커서 판사들이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아서 자칫 유명무실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당의 개정안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안을 들여다보면 당장 효과를 발휘할 독소 조항은 오히려 다른 곳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뉴스사업자를 상대로 한 열람차단청구권 신설이다.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뉴스서비스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하거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거나,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 아예 해당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언론 피해 신고의 70% 이상이 인터넷뉴스로 인한 것인데 해당 기사가 계속 검색이 되기 때문에 열람을 아예 차단하지 않는 한 피해가 지속되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언론중재법에는 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라고 해서 잘못된 부분을 정정해서 알려주거나 반론을 보도해 주는 구제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만 실무에서는 기사의 열람검색을 차단시켜주는 조정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의뢰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미 이용되고 있는 것이니 이제 명문화해도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열람차단을 수용한다는 것은 사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체면이 상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수용했던 이유는 정정보도 등과 달리 그 사실을 보도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조용히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열람차단까지는 아니라도 오해 소지 있는 문구만 바꿔주거나 문제 부분만 삭제해주는 식의 탄력적인 해결도 활용되고 있었다. 필자가 최근에 맡았던 사건도 기사 제목만 고치는 식으로 조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열람차단 청구가 명문화되어 공식적으로 청구가 들어오면 언론사들은 훨씬 더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람차단 청구의 요건도 문제이다.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하거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거나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에 청구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정도면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는 이 정도에 이르지 않아도 언론사가 전향적으로 열람차단을 수용해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람차단을 거부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가만히 놔둬도 민간끼리 알아서 잘 해결하던 영역에 괜히 법이 개입돼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것 같다.
 
인터넷신문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 등이 청구되기만 하면 곧바로 해당 기사에서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게 하는 것도 독소 조항이다. 아직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단지 청구가 들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실을 표시하게 하면 기사의 신뢰도에 의문이 생겨서 공론화 자체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사들의 후속 보도도 막힐 것이다. 정정보도 등의 청구가 들어 온 사건을 따라서 보도했다가 나중에 일부라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밝혀지면 후속 보도한 언론사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보도하기 전에 취재원에게 연락해서 확인하고 반론이 있으면 같이 실어줘서 편향된 보도가 되지 않게 하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권력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커 보인다. 앞으로 권력 비리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 해당 권력자가 바로 정정보도 등을 청구해서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후속 보도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언론중재위원의 자격을 확대하는 부분도 우려가 된다. 현행 언론중재위원은 법관·변호사·언론 경력 10년 이상 그 밖에 언론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중재위원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에 18개 중재부가 있고 중재부마다 4, 5명의 중재위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예외 없이 현직 부장판사가 중재부장을 맡고 경력 20년 내외의 고참 변호사들과 국장급 이상 경력의 전직 언론인이나 언론 전공 대학교수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법관과 변호사의 경력을 최소 5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언뜻 보면 자격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장판사급 연차의 법조인을 배치하던 불문율을 깨고 경력이 훨씬 짧은 법조인도 중재위원에 등용될 수 있는 길이 공식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젊은 법조인은 왜 안 되냐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조정은 당사자들을 설득해 양보를 받아내야 해서 경력이 풍부하고 나이도 어느 정도 있는 권위를 갖춘 사람이 주관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법원이 선발하는 상임조정위원도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요구하는데 언론사를 상대하는 중재위원의 경력을 이보다 짧게 요구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결국 여당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소장 판사나 민변 소속 소장 변호사들의 배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더 큰 문제는 중재위원 자격자에 신문 독자·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도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신문 독자·시청자를 대표할 자격이 있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른 위원에 비해 자격 요건이 너무 개방되어 있어서 역시 균형이 맞지 않는다. 관광업 경력이 전혀 없는 황교익 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었던 사례가 연상되는데 대체 이런 황당한 조항이 어떤 경위로 추가되었는지를 찾아 봤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인권 관련 단체나 언론 감시 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중재위원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낸 수정의견이었던 것이다. 보통은 의원들이 공격적이고 해당 부처는 방어적인데 이 사례는 오히려 부처가 나서서 10년 종사 요건까지 없애며 문을 활짝 열어준 점이 아주 특이하다. 마침 문화체육부 장관이 대표적인 친문 의원 황희라는 점을 떠올리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이 자리는 문화체육부 장관이 위촉하니 앞으로 여당 성향 젊은 시민운동가들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결국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의석수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앞으로 펼쳐질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다그치는 중재위원들과 방어적이고 경직된 언론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정 성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피해구제에 걸리는 시간은 장기화될 것이다. 임대차 3법, 검찰개혁법처럼 결국 국민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법이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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