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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14>]-KDB산업은행
산업은행 두 얼굴…코로나 피해기업 외면, 직원 저금리 주담대
산은 운용 SPV, 취지와 달리 우량기업 회사채 매입 열올려
까다로운 지원요건에 지원 주저하는 코로나 피해 기업들
‘신의직장’ 산은, 남들보다 낮은 이자율로 제 식구 챙기기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30 13:20:01
▲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산은이 수행하는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들의 지난해 집행금액은 7조7600억원으로 운용목표액(16조9000억원) 대비 45.9%에 그쳤다. 사진은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스카이데일리DB]
 
KDB산업은행(산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지원하라고 배정받은 예산을 절반도 집행하지 않았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지원 예산도 까다로운 지원요건과 높은 대출이자율을 내세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게 적용되는 대출이자율보다 저렴한 금리로 제공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성장을 견인하는 선진형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은의 설립취지 자체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금융지원 16.9조 중 집행금액은 7.7조… 45.9%에 불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산은이 수행하는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의 지난해 집행금액은 7조7600억원으로 운용목표액(16조9000억원) 대비 45.9% 수준에 그쳤다. 특히 증권시장안정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회사채 차환지원 등의 집행률은 30% 이하로 저조했다. 중소·중견기업 대출 지원도 71.4%로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앞서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해 3,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175조원+α’ 규모의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중 산은은 16조9000억원의 목표 지원액을 배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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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산은은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여 자금을 지원하는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프로그램을 당초 목적과 다르게 운용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SPV가 매입한 회사채 규모는 총 3조3781억원으로 이 중 우량채(AAA~AA등급)는 1조600억원(31.4%)에 달했다
 
SPV가 설립 초기 제시한 등급별 매입비중인 우량채 30%, 비우량채(A~BBB등급) 70%을 맞추지 않았다. 이는 ‘비우량채 발행 여건을 개선하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를 축소해 자금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당초 목적에 어긋난 것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우량채 위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있다. 이는 기업의 시장성 차입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회사채, 우량기업 CP, 금융채 등을 매입하는 펀드다. 올해 5월 말 기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집행실적은 2조4350억원으로 운용목표(20조원) 대비 12.2%에 불과했다. 굳이 SPV에서 우량채를 30% 넘게 매입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SPV는 우량채 매입에 더 공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총 매입금 2조4711억원 중 78.1%가 비우량채, 21.9%가 우량채였지만 올 5월까지 매입한 9070억원의 회사채 중 우량채는 57.3%(5200억원)에 달했다. 비우량채는 42.7%(387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유관기관 간 협의를 거쳐 SPV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 운용을 위해 신용등급별 매입 비중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기안기금 금리, 차입금·고용유지 등 조건에 시중금리와 차이 없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도 5월 기준 총 40조원의 지원액 가운데 5875억원(1.5%) 공급하는데 그쳤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에 각각 3000억원, 321억원을 지원했을 뿐이다. 나머지 2554억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협력업체지원기구 대출채권을 인수하는 데 쓰였다.
 
기안기금의 자금지원 대상은 국민경제, 고용안정 및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으로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의 국민경제 영향이 큰 기업,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의 고용안정 영향이 큰 기업이다. 자금지원을 받는 경우 근로자 수를 5월말 기준으로 최소 90% 이상 유지하고 자금지원 기간 중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 금지, 고소득 임직원 연봉 동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원 요건이 까다롭다보니 실적은 저조했다. 예정처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자금신청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자금상황이 녹록치 않은 저비용 항공사(LCC)와 해운업의 경우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웠다.
 
높은 대출금리도 지원액을 늘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신용등급 BBB-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공급시 금리는 7.6%로 당시 민간 채권평가 4사의 무보증 공모회사채(BBB-) 평균 금리(7.555%)와 비슷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출이자율을 시장보다 낮게 설정해 지원한다면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자금지원을 신청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국가 보증에 따라 향후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예정처는 “기안기금 지원 조건이 다른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지원조건 및 시중금리와 유사하다면 굳이 고용유지 노력을 전제로 별도의 기안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직원 주택자금 대출금리 1.68%… 디딤돌대출 보다 낮아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산은이 정부 정책자금 집행에 있어서는 높은 금리를 내세우면서도 산은 직원들의 주택 자금 대출에는 저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처에 따르면 산은의 무주택 직원에 대한 연도별 주택 구입자금 대출금액은 지난해 33억2900만원으로 전년(18억600만원) 대비 84.3% 늘어났다. △2016년 5억5200만원 △2017년 9억3300만원 △2018년 18억7800만원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신규 대출 인원도 연도별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6년 12명에서 지난해 71명으로 5년 새 491.7%(59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예산을 통한 주택 구입자금 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1명에 대해 74억73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시중금리보다 지나치게 낮아 일종의 특혜라는 지적이다. 산은의 주택 구입자금 대출금리는 원화대출고정기준금리(1년)에 0.73%의 가산금리를 추가해 산정한다. 지난해 말 현재 해당 금리는 1.69% 수준으로 은행 가계자금 대출 시중금리( 2.79%)와 비교해 1.11%p 차이가 난다. 앞서 △2016년 -0.83%p △2017년 -0.90%p △2018년 -0.87%p △2019년 -0.67%p 등 매년 훨씬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보다도 낮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수행하는 서민형 정책모기지인 연간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85㎡(약 26평)·5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시 이용 가능한 디딤돌대출의 지난해 이자율은 2.05%였다. 산은의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자율(1.68%)보다 0.37%p 높았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2일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 공공기관은 내달 3일부터 임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지원할 때 대출이자율을 한은이 공표하는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보다 낮게 책정할 수 없다. 또한 주택구입자금 융자는 무주택자가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다.
 
산은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은 공공기관 공통으로 사내 대출 제도를 변경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산은도 이를 따를 것이다”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사내 대출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자 한다. 아직 어떤 식으로 변경할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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