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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대선 앞둔 난장판에 한숨만 난다

혈통 경쟁 속 유권자는 없어…언론중재법안 저지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8-28 13:03:29

“너희가 알 것은 죄인을 미혹된 길에서 돌아서게 하는 자가 그의 영혼을 사망에서 구원할 것이며 허다한 죄를 덮을 것임이라.”<야고보서 5 : 20>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선 출마 선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정치 연설의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정치 연설은 정책 설명이나 논문 발표장이 아니다. 자기 정책의 필요, 비용, 기대효과 등을 상세하게 설명 할 자리는 따로 있다. 정치 연설은 특정한 말하기 방식을 통해 자기 매력을 발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말하고 싶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전과는 뭔가 다른 심정을 갖게 만드는 것이 퍼포먼스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하물며 대통령 후보를 뽑는 집권당 경선이 ‘노파적통’ ‘문파적통’ ‘적자(嫡子)’ ‘서자(庶子)’ 논쟁으로 난장판이 되고 있는 추한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민망하기만 하다. 자칭 진보세력이라는 민주화 운동 경력자들이 모인 정당에서 벌어지는 계파 전쟁은 정체성에 대한 자기 부정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계파(系派)의 신분을 타파해서라도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보가 추구해야 할 가장 고귀한 가치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 손가락질하며 ‘너는 서자니까 안 된다’, ‘내가 바로 적자다’ 며 서로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더구나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5·18 광주묘역에 가서 무릎 꿇고 참배하는 모습은 호남 표를 의식한 가식 행위로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 역겨움을 느낀다.
 
선두주자로 있는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후보들이 ‘민주당 적자론’을 들고 나올 때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왕조시대도 아닌데, 지금 이 시대에 적자, 서자 따지는 건 우습다”던 이재명 후보가 돌변해 이낙연 후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 표결했다고 공격하면서 다른 후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자칭 ‘리틀 노무현’이라는 김두관 후보는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의 서자는커녕 얼자도 되기 어렵다” 며 선거 전쟁에 뛰어들었고 이어 정세균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의장석을 지킨 사람은 바로 나”라며 적통성 부각에 안간힘을 썼다.
 
적통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국무총리, 당 대표, 장관, 도지사, 국회의원 등 하나같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높은 벼슬을 지낸 고관대작들 아닌가. 이들은 민주당의 주류 친문의 패권 작동생리와 생존 술을 훤히 꿰뚫고 있어 생사가 달린 급소잡기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란 걸 누구보다도 직감적으로 잘 안다.
 
김두관 후보의 경우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계파정치를 비난 해 강성친문의 표적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에 공개적으로 10년 전 일에 대해 사죄했다. 참으로 낯 뜨거운 고해성사다. 친문들에게 ‘간택’을 받으려는 애절함에 측은한 마음이 든다. 어쩌다 선거판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큰 목소리내고 힘깨나 쓰며 주인 행세를 톡톡히 하는 친문 주류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들 세력은 순혈의 핏줄, 혈통을 중시하며 무오류의 서사를 동원하고 자기들끼리 이익을 독점하며 내 편이면 불법과 비리도 눈감아주지만 역린을 털끝만큼이라도 거스르면 내 편이었을지라도 좌표 찍어 댓글 테러의 제물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과시한다. 그러니 후보들이 그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마치 배교자를 관용하지 않는 절대자 숭배의 종교의식과도 같이 ‘정치적 신앙심’으로 똘똘 뭉쳐 40%대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 게 이들의 생존방식이다. 임기 말인데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힘의 작동원리를 너무나 잘 아는 후보들이기에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런 전쟁을 멈출 수가 없고 그들의 입맛에 따라 끌려가는 형상이다. 어쩜 애초부터 국가 운영전략이나 미래비전을 다투는 대결장이 될 수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더 큰 비극은 주류(主流)의 간택을 받기 위한 경선으로 변질되면서 유권자도 함께 실종됐다는 사실이다. ‘이게 정부냐’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이제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문재인을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정도로 후회한다’고 절규하지만 그 말에 대해 아무도 귀 기울이는 정치인은 없다.
 
사죄도, 성찰도 없으며 한술 더 떠 허공에 떠있는 공약(空約)만이 난무하다. 이는 과거의 실정과 국민의 고통은 묻고 더 센 규제, 더 화끈한 돈 풀기로 가겠다는 거다. 그야말로 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공약만이 유일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취임사와는 달리 집권 세력은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으려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탈원전, 비정규직 제로,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청년실업 등 간판 공약 어느 것 하나 성한 게 없이 모조리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잘못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시장을 마구 들쑤셔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미친 집값은 벼락 거지를 양산하고 서민들은 ‘내 집 마련’ 꿈마저 잃어버렸는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불법 거래가 시장을 왜곡 했다”며 누구처럼 되레 국민 탓으로 돌렸다. 청년 일자리는 줄고 세금 풀어 만든 빈 강의실 불끄기 같은 노인 알바만 늘려놓고도 고용이 개선됐다며 국민을 기만한다.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가짜뉴스라고 또 남 탓만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해괴한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은 노포마저 접고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정책 실패를 회피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뿌려댄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외국에서 조차 우리나라의 곳간을 걱정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청해 부대 장병 301명 중 270명이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긴급 후송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이번 수송 작전 기획은 대통령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청와대의 자화자찬에 코웃음을 치게 했다.
 
문재인정부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그 뿌리인 노무현 정부 이후 줄곧 편 가르기로 재미를 톡톡히 봐왔다. 가진 자에 대한 맹목적 증오, 맥락 없는 반일, 반미 몰이, 반인륜적 노인 비하를 일삼으며 임기 내내 ‘적폐’라는 그럴듯한 단어 안에 가둬 무차별적인 증오심을 부추기며 확산시켰다. 모두 나라에 독(毒)을 심는 행위였으나 편 갈라 표 얻을 생각만 하는 선전선동의 달인들이 되었다.
 
임기 말, 집권 여당은 두려운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무엇이 두려운지 지난 25일 새벽 4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원들이 불참한 국회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이제 30일 국회 본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만 남았다. 야당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계, 학계, 법조계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언론단체들도 반대했다.
 
심지어는 여권에서 조차 원로들이 자충수라고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다. 일부 외신에서는 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화 초유의 고립이다. 민주국가에선 듣도 보도 못한 악법이기 때문에 곳곳에 위헌 소지가 가득하다. 지금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는 건 이중, 과잉처벌 소지가 크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언론중재법은 결국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재집권 이후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을 바라보는 집권 여당의 적대감이 여과 없이 표출된 허위, 조작, 명백한 고의와 중과실, 왜곡 등의 표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에 대한 낙인찍기 효과가 있다. 언론 학자들 사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짊어질 정도의 가해자는 언론이 아니라 여당”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게 아닌 가 싶다.
 
이날 논의는 ‘주먹구구식’ 이기도 했다. 내용도 없는 것을 같은 강경파들이 ‘북 치고 장구치고’ 식으로 서로가 주고받고 했다. 그 대표적인 의원들은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등이다. 언론에 대한 강경파 의원들의 사사로운 불만들이 그대로 법조문에 반영되었다. 이들 의원 중에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있는 의원도 있다. 고개를 돌려 여당의 작태를 보면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다. 이런 느낌은 야당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 같은 정국이기에 국민들은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아무리 안개 속 정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상가지구(喪家之狗·상갓집 개라는 뜻으로 수척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얻어먹을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는 되지 말자”라고 비판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말이 유독 와 닿는 건 필자만의 느낌일까.
 
“내가 너희의 모든 대적이 능히 대항하거나 변박할 수 없는 구변과 지혜를 너희에게 주리라” <누가복음 21 : 15>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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