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만 가까운 김택진의 보여주기 사과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과도한 과금 유도에 고객이탈·불매운동 가속화
김택진 매출구조 변경 의지에도 불신여론 확산
수익구조 대안 빠진 사과, 보여주기 성격 짙어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05 00:02:08

국내 굴지의 게임기업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게임 내 과금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게임 운영 간에 있어 과도한 과금 유도 시스템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바 있다. 유저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임 내에 과금 시스템을 접목시켜 결국은 돈으로 경쟁하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를 호구로 여긴다”는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결국 불매운동까지 생겨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는 직접 사내 메일을 통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엔씨를 둘러싼 외부 반응이 냉담하다”면서 “CEO로서 현재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이번 일을 채찍 삼아 더 성장한 엔씨를 만드는 것 역시 제 책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당연히 여겨온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며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큰 현재의 수익구조 개편을 시사했다.

지난 30일 신작 게임인 ‘리니지W’ 쇼케이스 현장에서도 악화된 여론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날 엔씨소프트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은 신작 게임엔 그동안 비판받던 과금 요소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또 기존 게임의 과금 구조 역시 바꾸고 이미 구매한 상품도 사용 유·무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가 과도한 과금 시스템 개편 의지를 거듭 피력했지만 여전히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엔씨소프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과금 시스템 개편에 있어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은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엔씨소프트 매출 구조에서 게임 내 과금시스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없이 없애는 것 자체가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엔씨소프트는 주력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에 대해 과거 매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게임 이용료를 없앤 상태다. 경쟁 게임들이 대부분 ‘무료 이용’ 카드를 들고 나온 상황에서 유료로는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대신 이용료 누락 부분을 유료 아이템 판매로 대체했다.

유료 아이템 없이는 게임 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엔 전체 매출의 89%에 달하는 2조1455억원을 아이템 판매 매출로만 거뒀다. 같은 기간 과도한 과금 유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리니지M·리니지2M으로 올린 매출액도 전체 매출액 2조2424의 73%가 넘는 1조6543억원에 달했다.

문을 닫기로 결심한 게 아니라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알짜 수입원을 대안 없이 순식간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을 내놓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엔씨소프트의 사과와 과금 시스템 개편 의지는 신뢰하기 어려운 보여주기식 행동, 또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미봉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객 기만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는 진심으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불만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습보단 진정성 있는 수익 대안 모델부터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워 주가 하락 또한 심화될 수 있다. 진정성이 빠진 섣부른 사과는 사태 해결은커녕 엔씨소프트의 추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택진이형’ 김 대표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