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또 다시 대규모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비판을 사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분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에 앞장선 가운데 임단협을 끝마친 정규직 노조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노총 주도의 총파업 등 주요 행사 동원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MZ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에선 민주노총을 향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어 신규 인원의 유입도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민주노총 조합원의 고령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청년층의 외면이 지속될 경우 추후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민주노총 총파업 참가자 최대 5만명…비정규직-정규직 내부분열 조짐마저
민주노총이 2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사업 철폐·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 활동 권리 쟁취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산업 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 △집회의 자유 쟁취 및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시작으로 평등사회로 나가기 위한 사회대전환 투쟁에 매진할 것이다”며 “내세운 요구와 의제의 실현을 위해 정책적 대안 제시와 시민, 사회와의 연대, 적극적인 투쟁을 통해 거대한 담론과 여론을 만들 것이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에 적극 결합해 이를 관철할 것이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후에도 11월 4일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법 2조 개정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총 결의대회,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 서울 집결, 11월 28일 청년노동자 행진, 국회 앞 천막농성 등 국회 대응 투쟁 등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총파업 참가 인원이 민주노총이 예상한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총파업 동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집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총파업에는 최소 4만명에서 최대 5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이 추산한 예상 참여 인원인 55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전 조합원(110%) 기준 5%보다 낮다.
반면 민주노총은 주요 산하 조직에서 26만명이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고용노동부가 일용직 노동자는 집계에서 제외하고 쟁의권이 없는 공무원노조도 누락했기 때문이다”며 “문재인 정부가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집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축소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추산한 26만명도 민주노총 예상 참여 인원의 절반 수준에 그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도 20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실제 참여 인원은 3만4000명에 그친 바 있다.
총파업 참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주력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 5개사는 8월 31일 르노삼성을 마지막으로 모두 임단협을 체결했다. 이미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이 이뤄진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참가할 충분한 동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음에도 서대문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노총 수도권 총파업 대회에 소수만 참여해 맨 앞쪽에 위치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학교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고객센터 상담사, 건설노동자 등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조차 총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도권 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여한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은 “총파업 대회를 하러 다 같이 오라고 하길래 일단 왔다”며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들었고 어떤 점에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가로 다른 조합원들과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노조에서 동원해서 왔을 뿐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젊은 층에 외면받는 민주노총…대학생 단체, 민주노총 불법 집회 고발
민주노총이 청년층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고령화로 인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민주노총 산별노조 전체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45.6세, 서비스연맹은 49.3세로 알려졌다. 기존 조합원들이 고령화되며 정년퇴직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젊은 세대들을 유입시키지 못한다면 민주노총 세력이 장기적으로 약화될 거라는 설명이다.
MZ세대로 대변되는 2030 세대는 파업과 투쟁을 앞세운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M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노사관계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4%는 ‘노사협력이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수적 요소’라고 답변했다.
노사관계하면 떠오르는 단어에 관한 질문에는 40.2%가 ‘파업’이라고 응답했으며 17.3%는 ‘투쟁’이라고 응답했고 ‘타협(5.0%)’, ‘양보(3.0%)’, ‘화합(3.0%)’이 뒤를 이었다. ‘파업’이라는 응답 가운데 95.0%는 ‘파업’을 부정적 의미로 답했고 ‘투쟁’이라는 응답 가운데 84.1%는 ‘투쟁’을 부정적 의미로 답변했다. 반면에 타협, 양보, 화합 등의 응답은 모두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의 투쟁 노선에 반발하는 MZ세대들의 목소리는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LG 사무직노조 등 대기업에서 MZ세대 노조 설립 열풍이 불었다. 공기업에서도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동조합 등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한 노조가 설립됐다.
MZ세대 노조는 기존 노조가 정년 연장에 집중하며 젊은 층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존노조와 차별화를 선언했다. 공기업 MZ세대 노조 또한 기존 노조의 비정규직 정규화 찬성, 노동자 권리와 관련 없는 정치적 의견 표출 등에 반발하며 설립됐다.
민주노총은 최근 스타벅스 직원들이 진행하는 트럭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트럭 시위 대표자는 블라인드 게시글을 통해 “트럭 시위는 노조가 아니며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다”며 “트럭 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고 변질시키지 말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사무총국에 청년사업본부를 설치하는 등 청년 노동자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3일 전인 17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청년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2030 청년 조합원들이 진행을 맡았으며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를 패러디한 ‘바뀔걸’, 박군 노래를 패러디한 ‘파업해’ 등을 제페토 댄스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활용했다.
하지만 청년 세대를 잡으려는 민주노총의 행보를 두고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직장인 이영국(27) 씨는 “주변에 민주노총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지금 시위하는 것도 딱히 와닿지 않고 그냥 때 되니까 시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학생 오민호(24) 씨는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리를 위해 일하는 집단이 아니라 자기들 이권만 생각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젊은 사람들 생각은 한 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서 청년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행보에 반발하는 대학생 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민폐노총의 눈치 없는 총파업, 불평등 세상을 만든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전국 100개 대학 캠퍼스에 부착해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신전대협은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오늘의 민주노총은 민주의 가치도, 노총의 간절함도 남아 있지 않다”며 “이에 우리 미래세대는 ‘민폐노총’이라고 명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폐노총’은 모든 불법 폭거를 중단하고 진정한 민주와 노동조합을 위해 물러나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