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크리스마스 선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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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코로나 팬데믹 종식은 언제

오미크론이 ‘크리스마스 선물’ 될까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03 00:02:44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 나타난 변이는 기존 델타 변이보다 돌연변이 수가 2배나 많으며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세계 여러 나라는 서둘러 대문 빗장을 걸어두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처음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지 약 1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세계 6개 대륙에서 모두 감염자가 나왔다. 대부분이 남아공이나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출발한 여행객들에게서 발견됐다.

각국이 발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처음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당시와 달리 확진자도 신속히 확인되고 바이러스 확산 차단 조치도 조기에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과 달리 변이 바이러스 발생 확인 즉시 WHO에 보고한 남아공이 세계가 남아공에 대해 빗장을 잠그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억울함과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응해 남아공과 인접 국가들에 여행금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지난달 29일 비난 성명을 냈다. 그는 남아공을 겨냥한 봉쇄 조치를 내린 국가들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 정당하지 못한 조치를 조속히 해제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남아공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어조로 이 같은 조치들을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유엔 연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현재 각국이 시행하고 있는 여행제한 조치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와 다름없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아파르트헤이트’란 인종차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용어로 과거 남아공에서 백인 정권에 의하여 법으로 공식화된 인종분리정책, 즉 유색인종 차별정책을 말한다. 1948년에 도입된 이 정책은 민주적 선거에 의해 남아공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가 1994년에 완전 폐지를 선언할 때까지 존속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새로운 변이가 출현했다는 이유로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고리인 아프리카를 폐쇄시키는 것은 일종의 ‘낙인찍기’이자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남아공에서는 1일 오미크론으로 보이는 코로나 확진자가 전날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상대로 오미크론의 감염력이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들의 증세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보고가 있어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기도 한다.

맨 처음 오미크론 변이를 보고한 남아공 의사 안젤리크 쿠체는 감염자들이 주로 피로감과 두통 정도의 경미한 증세를 보였고 이는 델타 변이와는 다른 양상이었다고 밝혔다. 쿠체는 지난달 3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1월 18일 무렵부터 자신의 병원에 코로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면서 이 환자들의 증세가 두통, 피로감, 인후통, 기침 등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은 이전의 델타 변이의 증상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세계 의료 기구 등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병원성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모일 정도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면서 오미크론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예측해 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희망적인 예측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독일의 차기 보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꼽히는 임상 유행병학자 칼 로터바흐 교수는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남아공에서 의사들이 말한 것처럼 이 변이가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로터바흐 교수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오미크론이 현재 주류인 델타 변이보다 2배 많은 32개 스파이크 단백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감염 확산에 최적화된 것인 반면 덜 치명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는 대부분의 호흡기질환이 진화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로터바흐 교수의 주장이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남아공에서 처음 발견한 의사의 임상적 견해와 이후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는 바를 보면 아직까지 중증 환자나 사망한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미크론이 “코로나의 종식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로터바흐 교수의 말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