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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현대적 진경에서 확인된 재현의 힘

탁월한 묘사력의 재현회화로 영남화파의 구심점 역할

산간벽지의 황량한 황톳빛 겨울 풍경에서 독보적 경지

재현 회화의 힘을 통해 코로나 상황 힐링 메시지 확산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21 09:45:54

 
▲이재언 미술평론가
 벌써 3년째 접어들었다. 변이가 거듭거듭 반복된다. 그놈들의 명명에 필요한 그리스 알페벳이 다 소진될 지경이니, 지긋지긋한 심경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겠는가. 이럴 때 예술가은 힐링을 위한 처방들을 백가쟁명 식으로 내놓는다. 세상이 재난 상태에서 어수선할 때, 대중의 미의식은 보통 자연, 무의식, 과거, 감성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소환되는 화가가 바로 이원희(65)이다. 새해 들어 그의 작업실에 잠시 들렀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설렘을 주는 그림들을 그에게서 볼 수 있고, 나 또한 힐링이 필요해서다. 그는 몸담고 있던 대학을 당겨서 퇴직하고 지난 15년 고양 삼송 테크노타운에 작업의 둥지를 틀었다. 거대화면의 대작을 많이 하는 작가에게 층고가 높은 공간이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재현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특히 손으로 그리는 묘사가 도전받고 있는 것이 동시대라지만,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재현회화는 7할 이상을 차지한다. 현대의 격랑 속에서 재현이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재현의 가치는 여전히 건재하다. ‘현대’라는 거대한 실험실에서 다시금 그 가치를 재평가하는 움직임들은 이미 현대미술 이후의 테제에서 공공연한 것이었다. 
 
▲ 삭풍 100호 112x162cm oil on canvas 2021년작
  
우리의 아카데믹한 재현회화는 전통적으로 ‘영남화단’과 ‘호남화단’이 주도하는 가운데, 전자는 사실적 화풍이 강하고, 후자는 인상주의적, 표현적 화풍이 두드러진다. 그는 바로 영남화단의 중심적 인물로서 구상회화의 토양에서 자라면서부터 화단의 주역이 된 오늘까지 ‘재현’에 대한 철학을 깊이 섭렵해 왔다. 또한 그가 대학에 재직하면서 배출한 많은 후학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도 ‘영남 화파(畫派)’가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 두 가지가 탄탄하게 갖추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담론’과 ‘시장’이다. 그는 작품으로 논리의 영역과 시장에서 확실한 위상을 구축했다.
 
▲ 건축가 승효상 초상
  
작가의 화면은 풍경, 인물에 특화돼 있다. 묘사력도 묘사력이지만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고 해석해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인물화의 경우 그가 그린 전직 대통령 2인의 공식 초상화가 청와대에 보존돼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역량이 설명된다. 그의 화면은 가까이서 볼 때와 거리를 두고 볼 때가 다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브러쉬스트록이 추상표현주의 화면처럼 분방하고 리드믹하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그 붓질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마술처럼 대상에 충실해진다. 대충 붓이 움직이는 것 같아도 그것들이 화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미리 알고 있는 듯하다. 우리 전통회화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운생동’, 바로 그것이 그의 화면에서 구현되면서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전하는 일종의 영매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상
  
그는 오래전부터 산간오지를 주유하며 고즈넉한 정경들을 실경으로 화폭에 담아 왔다. 요즘은 시골도 현대화가 진행되어 전답이나 길들이 직선화되는 등 풍광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작가는 두메산골 화전민이 일군 것 같은 경사진 곡선 투성이의 전답과 굽이굽이 길이 까마득하니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풍경을 많이 그린다. 흔한 풍경, 특히 명산대천이 아닌 이름 없고 그림이 될 것 같지도 않은 그런 풍경에 주목한다는 것은 토속적 정서를 중시하는 미학과 함께 어떤 것도 그림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산비탈 밭이나 이제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물을 들인 천수답 같은 대상들이 점차 보기 힘든 모습으로서 어쩌면 기록의 의미도 가질지 모르겠다.
 
▲지경리에서 162.1x259.1cm oil on canvas 1993년작
  
전통적으로 우리의 산수는 호연지기를 키워주는 명승지를 찾아다니며 그리는 전통이 있으며, 보통의 화가들 역시 익히 잘 알려진 명소들을 즐겨 그리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평범 속에서 비범을 찾고, 또한 평범한 대지에 서린 기운과 화창한 햇살, 신선한 공기를 그리고자 했기에 미답의 오지를 더 선호했던 것 같다. 평상시에도 작가는 대상의 외관에만 집착하는 묘사보다는 내면과 본질이 포착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는 점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 그 너머의 것을 그리고자 했을 법하다. 중요한 것은 그림을 참 편하고 쉽게 그린다는 점이다. 어떤 묘사에 집착하여 고도의 집중을 하면서 그리기보다는 붓이 마치 춤추듯 감각적으로 움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그림이 되게 하는 것이 작가만의 독보적인 경지이자 개성이다.
 
▲신라리에서 130.3x193.9cm oil on canvas 2020년작
 
작가의 그림은 계절적으로도 잔설이 희끗희끗하니 황량한 겨울의 끝자락이나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지는 초봄의 문턱에 들어선 때가 많다. 꽃이 만발한 때나 녹음이 짙은 때보다는 모든 게 헐벗어 황톳빛이 가득한 때의 풍경을 선호한다는 것 또한 작가 특유의 미의식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 끝에 맞이하는 설렘의 시기는 평범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낭만성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사에서 130x195cm 유화 2021년작
   
2월 정도의 시기면 여전히 추위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햇살만큼은 봄을 느끼게 하는 때이다. 화면에 보일 듯 말 듯한 율동의 필치에서 따스한 바람결을 느끼게 한다. 그야말로 대지의 음유시인답게 시각적인 세계 너머까지 관조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적 진경에 담은 이원희의 희망가가 팬데믹으로 지친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울림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황폐해진 우리의 가슴에 온기가 돈다. 이렇듯 그의 그림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으니 재현의 힘을 강조한 작가의 논리가 어찌 설득력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작업 중인 이원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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