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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산악조난구조대는 1971년 북한산 인수봉 대참사로 인해 1972년 2월 창설돼 올해가 50주년이 돼요. 후배들에게 노파심에서 항상 ‘우리는 사설 동호회가 아니다’라며 자부심과 명예를 강조하는 편이죠.”
한국 사회가 각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웃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사회에 봉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산악조난구조대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산악조난구조대 김형수(51) 대장과 대원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고를 목격했을 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데 뿌듯했죠”
“제가 전문 등반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학교 산악부에 가입해 선배를 따라 산을 다니게 됐어요. 북한산 인수봉이나 도봉산 선인봉을 다니면서 선배들이 등반을 하고 있다가 옆에서 사고가 나면 구조 활동을 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 거죠. 그런 모습을 보다가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등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봉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형수 대장은 서울 산악조난구조대의 제8대 대장이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구조대장을 맡아 햇수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원정 훈련에서 만난 6대 김남일 대장에게 발탁돼 구조대에 들어온 지는 17년째다.
다른 대원들도 원래 등산을 즐기다가 산악조난구조대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경우다. 총무를 맡고 있는 홍영렬(40) 씨는 지난해 12월 산악조난구조대에서 만난 여성대원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저는 실내 클라이밍을 하다가 거기서 재미를 느껴 선배님을 따라서 가끔 산을 다녔었거든요. 제게 등산을 가르쳐주신 분이 구조대 소속이어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됐죠.”
이상민(35) 기획팀장은 대학 산악부에서 산악스키 타러갔다가 울릉도 훈련하는 모습 보고 반해서 4년째 구조대에 몸담고 있다. 적설량이 많은 울릉도에는 겨울이 되면 산악연맹이나 산악구조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 동계 훈련을 많이 간다.
“대학 산악부를 했었고 캐나다에서도 2년 정도 살았어요. 캐나다는 아웃도어 활동이 활발한데 거기서 산악스키를 배워서 (귀국 후에) 울릉도에 산악스키를 타러갔죠. 울릉도에서 구조대가 동계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들어오게 됐죠.”
이들은 구조대 활동을 해오면서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순간으로 타인에게 봉사했던 일을 꼽았다. 특히 눈 앞에서 사고를 목격했을 때 바로 조치를 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도봉산 등반하는데 제 앞에서 사고가 난 것을 목격한 거에요. 혼자서는 구조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구조대를 거친 대원들이 (도봉산)특수구조대에 있었기 때문에 빨리 연락하고 같이 암벽에서 끌어내려서 헬기포인트로 빨리 옮겼죠. 옛날에는 사고당한 분을 들것에 들고 몇 시간을 걸어갔는데 이제는 구조작업이 엄청 빨라졌죠.”
“구조대에 들어와서 익숙해지게끔 훈련을 많이 하거든요. 등반을 하다가 다른 쪽에서 살짝 추락하신 분이 있었는데 크게 다치신 것 같지는 않았어요. 예전에는 산에 가면 (다친 사람을) 보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훈련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다치신 분의 상태 등을 확인하고 내가 어느 정도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뿌듯하더라고요.”
이들은 구조대 활동을 하면서도 자연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1년에 6차례씩 ‘클린 산행’이라고 부르는 정기적인 산 청소를 한다. 도봉산이나 북한산 탐방로를 순차적으로 훑으면서 일반인들이 쉽사리 갈 수 없는 곳의 쓰레기를 수거한다. 한번 할 때마다 한 사람이 20kg 포대 두 세 개를 채운다고 한다.
“보통 걸어갈 수 있는 일반 등산로 말고 절벽이나 바위 틈새처럼 줄을 메고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쓰레기를 치워요. 그런 곳에 있는 쓰레기들은 제대로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치울 수가 없기 때문에 몇 년 치가 쌓여있어서 조금만 가도 한 두 포대기씩 나오거든요. 산에서 한 포대기씩 들고 나올 때마다 뭔가 묵은 때 벗기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우리가 모두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오래오래 이렇게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클린 산행 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전문 구조대에도 저희 선배님들이 많아요”
기존에 경찰이 맡던 서울지역,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일어나는 산악사고 구조는 2019년 5월부터 국립공원공단 산하 ‘북한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가 맡게 됐다. 총 25명으로 구성된 특수산악구조대는 인명 및 산악구조 자격이 있고 암벽등반능력을 보유한 사람으로 편성됐다. 이중 12명이 새로 뽑혔는데 이들은 인공암벽등반, 구조홀링시스템 운영능력, 악력 및 백근력 등의 실기 시험을 통해 선발됐다.
“구조대 출신 중에 지금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대원으로 가 있는 사람이 5명, 도봉산 같은 경우에는 6명이 있어요. 실기 시험을 보는데 압도적으로 경험이 많으니까 산에서 그만한 실력을 발휘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옛날에 구조대가 119 소방학교에 교관으로 가서 소방관분들 교육한 적도 있어요.”
이러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서울 산악조난구조대는 앞서 언급한 ‘클린 산행’ 이외에도 다양한 봉사, 교육활동, 구조 훈련 등을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활동은 쪼그라들었다. 구조대는 2019년 연간 70여회의 각종 활동을 했고, 대원들의 평균 참여횟수는 25회였으나 지난해에는 평균 15회로 40% 가량 줄어들었다.
“지인 소개 등으로 1년에 3~5명이 신입 대원으로 들어와요. 1년 동안 수습대원 활동을 하는 게 구조대 전통이거든요. 1년이 지나 연간 활동 수 등을 가지고 임원회의 평가를 거쳐서 대원으로 올려요. 평가가 부담이 되고 기준이 힘들다 보니 1년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도 있죠. 신규 대원으로 오는 분이 있다면 산악인들을 위해서 내 힘으로 봉사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분과가 있기 때문에 등반이 안 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자기 자리를 찾아 가거든요.”
“요즘 등산문화가 젊어지고 또래 친구들이 산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해서 굉장히 기뻐요. 산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산을 보존하면서 더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 구조대라고 생각해요.”
“구조대에 17년 정도 다니다 보니 이제는 젊은 친구들을 후배로 받으면서 (대원을) 양성해야 하는 입장이 됐죠. 대원들한테도 얘기하지만 ‘앞으로는 너희들이 구조대를 이끌어갈 거니까 리더십 같은 것을 키워라’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나중에 제가 대장을 그만 두더라도 후배들이 똑같이 열심히 훈련하고 구조하면서 구조대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산악조난구조대에서 알프스나 미국 요세미티 원정 계획을 뒷받침하고 싶어요.”
이들은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의 안전한 등산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공통적으로 각자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행을 해야 되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사고보다는 심근경색이 많이 부각돼요. 실제로 산에 가면 그런 분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요. 본인의 체력에 맞는 산행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산행을 하게 되면 날씨와 산에 대한 정보를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가라고 등산 안전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본인 컨디션 맞는 산행을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산행 사고의 70% 이상이 하산 때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하산할 때까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산에 가면 시간을 정해놓고 촉박하게 어느 목적지를 달성하고 내려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가시거든요. 올라가면서 충분히 휴식하고 가면 내려올 때도 편안하게 편안하게 내려울 수 있는데 체력이 빠진 상태에서 내려오다 보니 위험이 좀 많아요. 체력 쪽으로 안배가 필요한데 충분한 휴식이 먼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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