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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개인주의 시선
만국의 자유주의자여 단결하라
현재의 한국 사회 좌우 갈등 선명한 6·25 전야 같아
시장 논리가 제약 받으면 그만큼 개인의 자유도 위협
독점자본·거대기업 규제는 사회정의와 더 멀어지는 길
배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12 11:06:17
 
▲배민 숭의여고 역사교사·치과의사
 물론 만국의 자유주의자가 단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반자유주의의 물결이 직접적으로 자유주의 사회에 물질적인, 직접적인 도전을 걸어오지 않는 이상.
 
내 주위에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 자칭 자유주의자들은 그런데 대부분 좌파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예전에 (2년 전쯤) 어느 우파 인터넷 매체에 ‘문제는 좌파가 아닌 좌파적 사고’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 글의 내용을 떠나서 지금도 나는 그 글의 제목이 현재의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가장 정확하게 진단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많은 우파 지식인(물론 이들도 스펙트럼은 다양해서 기독교 우파, 반공 우파, 시장주의 우파 등등을 포괄한다)은 한국이 한참 좌경화되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하는 정도를 넘어 슬퍼하고 심지어 분개한다. 이들은 그람시의 진지론을 따라 좌파들이 치열한 지적 도전을 통해 문화적 영역을 야금야금 왼쪽으로 가져가는 동안 자신들이 너무 아무런 고민 없이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얘기들을 하곤 한다. 눈 뜨고 코 베였다는 것이다.
 
많은 좌파 지식인은 반대로 한국 사회는 조·중·동으로 (늘 이들은 조중동을 들먹인다) 상징되는 언론 권력이 경제 권력(삼성·현대 등 대기업이 이들의 집중 표적인데, 신기하게 다음·네이버 등 우파들이 왼쪽으로 편향되었다고 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들이 비판의 칼질을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과 담합하여 보수 정당과 결탁하여 한국 사회를 지배,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이 정·경·언의 권력이 무소불위로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마치 6·25 전쟁 전야처럼 좌우가 선명하게 갈등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들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다르고 또 현상에 대한 해석도 전혀 다르다. 물론 이는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벤 샤피로가 얘기하는 것처럼 최근으로 오면서 점점) 서로가 서로를 극렬하게 증오하고 또 오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사학적 관점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20세기 후반 한국의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기여 요인은 6·25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후 좌파 정치 경제 사상이 한동안 남한에서는 지지 기반을 현저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반공’을 국시로 내건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었고, 반쯤 좌파적 사회정책(특히 의료와 교육 분야)을 스스로 시행하긴 했지만 냉전시대 자유진영 국가들 주도의 국제 무역 시장에 적극 가담하여 열심히 적응을 해온 결과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즉 전쟁으로 아예 좌우 대립을 잊고 우파 사회로 살았던 20세기 후반 (80년대 중반까지)에 비하면, 지금 한국 사회는 그야 말로 다시금 해방 공간 (1945~48)을 연상시킬 정도의 극도의 좌우 분열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좌든 우든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광화문은 늘 시민들의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2년간 코로나19로 잠잠했지만 그동안 우파 단체들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자신들의 울분과 절망감을 표출하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했었다. 코로나19 방역이 해제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아마도 좌파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울분과 절망감을 표출할 것이다.
 
답답한 현실이긴 한데, 난 현실 정치에 관한 토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 서로가 바라보는 시야가 완전히 다르고 거기다 얘기를 해 봐야 답이 안 나오리라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주변의 자칭 자유주의자들(하지만 좌파적 사고를 하는)과 얘기해 본 결과 그저 시간과 감정 낭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대신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 글의 제목으로 ‘만국의 자유주의자여, 단결하라’고 적었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20세기 초반에 외쳤던 사회주의 테제의 궁극적 주장이며 그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에서 따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단결할 수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외치지 않아도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들은 단결한다.
 
그런데 자유주의자들은 그러기 힘들 것이라고 앞에서 거론한 이유는, 그 정체가 너무나 모호하며 이들 자유주의자들이 자유주의 자체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그 오해의 핵심에는 시장(the market)에 대해 좌파적 사고를 하는 자유주의자들이 가진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장이 없다면?’이라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시장을 (학교 다니던 시절 좌파적 시선을 가진 교사들의 정의감 넘치는 선동 그리고 좌파적 시선을 곱게 담아 예쁘게 포장된, 시중에 흘러 넘치는 대중 교양 인문 서적들의 세례로 말미암아) 독점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간으로 보는 것과 달리, 나는 한마디로 말해 시장이 없으면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의 논리가 사회에서 (국가에 의해) 제약 받는 만큼 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도 비례해서 위협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독점 자본 (그것도 친좌파 기업들은 빼고) 거대 기업들을 규제함으로써 사람들은 사회정의에 보다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확히 정반대다. 내가 정의감이 부족하거나 사회의식이 없는 비지성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하므로) 지면 관계로 다음 칼럼에서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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