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치솟는 물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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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尹 정부, 인플레이션 추가대책 내놔야

천정부지 치솟는 물가, 어쩌나…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01 00:02:40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시대의 위정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처방전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에 불과했거나 효과가 있었다 해도 오래가지 못했다.

서기 3세기경 로마제국은 게르만족과 사산조 페르시아라는 외부의 적과 내전과 치안 불안이라는 내부의 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서기 235년부터 284년까지 불과 49년 동안 18명의 황제가 바뀌었다. 공동 황제까지 포함하면 26명이나 된다. 로마제국 각지의 군대가 스스로 황제를 옹립하거나 폐위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군인황제 시대’라고 일컫는다.

황제는 군인들의 충성서약과 맞바꾼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필요로 했다. 그 때문에 로마 은화인 ‘데나리우스(denarius)’를 새로 발행하면서 은의 함유량을 줄였다. 제정 초기 90%가 넘던 데나리우스의 은 함유량은 이 시기 5%대로 떨어졌다. 결국 막대한 인플레이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원나라에서 발행한 공식 화폐인 ‘교초’가 남발돼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쿠빌라이칸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쓰인 교초는 은 1냥을 교초 10관으로 정한 일종의 지폐였다. 원나라는 지폐만 유통시키기 위해 모든 금은과 동전을 몰수하고 이를 지폐로 바꿔주었고 지폐 받는 것을 거부하면 사형을 당했다.

발행 초기에만 해도 은과 지폐의 교환 비율을 철저히 지켜 은을 확보한 만큼만 지폐를 발행했다. 그러나 남송과의 전쟁과 일본 침공, 대규모 토목공사 등 거액의 재정 지출이 필요해지자 지폐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원나라는 교초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액면가를 높였지만 오히려 화폐 가치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결국 교초는 종이조각으로 전락하게 되고 원나라를 중심으로 한 국제 경제체제가 붕괴하게 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의 결과 베르사유 조약에 의한 전쟁 배상금을 갚기 위해 그야말로 인쇄기를 돌려 돈을 찍어 냈다. 기록에 따르면 1923년 33대의 인쇄기를 돌려서 매일 450억마르크를 찍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빵 한 덩이에 160마르크였던 물가는 1년 뒤 2000억마르크로 급등했다.

베네수엘라도 빼놓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였지만 ‘세일혁명’으로 유가가 급락하자 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2018년의 경우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은 6만5000%가 넘었다. 1만원이던 한 끼 식사 가격이 1년 새 650만원이 됐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이렇게 풀린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부양했다. 하지만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고, 식량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8.3% 올랐다. 3월에 8.5% 급등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매우 큰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은 5월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1.00%로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비록 0.75%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지만 ‘빅스텝’ 기조는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5월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5차례 연속으로 올린 셈이다. 여기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1.4%p나 높였다. 한은이 4%대 물가 전망을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연 4.0%) 이후 11년 만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대로 낮춰 잡았다.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데 경기는 점차 둔화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점차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가 국민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3분기부터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도 동결해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고금리 학자금 대출자에 대한 전환 대출도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면세농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한도 상향조정, 밀가루·사료매입비 지원과 김치·고추장 등 단순가공식료품 부가세 면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확대 등의 대책도 내놨다. 사각지대에 있다는 이유로 미처 챙기지 못한 주요 민생 대책도 고루 살펴본뒤 다각도로 검토해 신속하게 내놓기를 바란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