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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임금피크제 판결 논란(上-현황)

임금피크제 판결 후폭풍… 노동계 “폐지” vs 재계 “순기능 많아”

대법원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 무효… 연령 차별”

고용부 “대다수는 ‘정년연장형’… 이번 판결 대상과 달라”

“자의적 판례 해석 위험… 줄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사입력 2022-06-13 00:07:00

근로자가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향후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임금피크제 판결 논란’으로 선정하고 지금까지의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을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 2019년 7월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공공노동자 6대 요구사항 쟁취를 위한 기재부 규탄 공공노련 조합원 투쟁 결의대회에서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조원들이 직무성과급 도입 중단, 임금피크제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취재팀=한원석 부장|임한상·김기찬 기자]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적용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내린 뒤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들고 나온 반면, 경영계는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방어하는 모양새다.
 
임금피크제,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 시작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퇴직자 A씨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임금피크제 이전과 이후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없는데도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한 것은 연령 차별에 해당된다”며 1억37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2009년 이 회사는 61살 정년은 그대로 두고, 55살부터 직급과 역량등급을 낮추는 임금피크제를 노사합의로 도입했다. A씨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55세부터 월 93만~283만 원이 삭감돼 큰 불이익을 입었지만 회사 측이 임금 삭감에 맞춰 업무량과 업무강도 하향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용도로 사용돼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경제계에서는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은 고령자 고용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라며 “이번 판결이 기업 부담과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년을 늘리되 절감된 임금으로 청년층 채용을 늘리자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며 도입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노동자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정년 연장 또는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으로 나뉘는데, 임금피크제가 2013년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 이후 도입됐다면 ‘정년연장형’에 속한다.
 
그동안 정부는 임금피크제 확산에 공을 들였다. 2014년 3월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2015년 2월 ‘임금체계 개편 사례집’을 내놓았다. 2015년 9월엔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명시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대타협 직후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밀어붙이자 노동계는 대타협 파기를 선언했고, 이후 문재인정부가 2017년 출범하자 유야무야됐다.
 
본격적으로 임금피크제가 확산된 시기는 2016년경부터다. 2016년 300인 이상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현재 임금피크제는 300인 이상 기업 중 52%가 도입했을 정도로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고용부장관, 임금피크제 파장 진화위해 현장 찾아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크라운제과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운영사업장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고용부) 장관은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기업현장을 찾아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3일 ‘정년연장형’(57세에서 62세로 연장)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는 크라운제과 본사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다수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이라며 이번 판결 대상과 본질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번 판결을 보면 정년연장과 무관하게 경영 효율을 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불이익 보전 조치나 업무 내용상 변화도 없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연령차별로 본 것”이라며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 피크제라, 판례의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체 7만6507개 가운데 6만6790개(87.3%)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정년연장형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3일 대법원 판결에서 주요 쟁점이 된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에 대해 설명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장관의 현장 방문과 함께 판례를 중심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도움을 줘 혼란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모두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부는 “대법원도 밝혔듯이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은 판단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모집·채용, 임금 등에서 연령 차별 금지’는 강행 규정이므로 이에 반하는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용부측은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해 최초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 4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고령자 고용안정이나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목적이 타당하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이뤄지는 등의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면 연령차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노사 합의를 통해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는 연령차별이 아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연령차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판례에 따르면 명목만 임금피크제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할 경우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 고용노동부. ⓒ스카이데일리
 
고용부의 이런 발 빠른 조치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부가 판례를 분석해 배포하는 것이 되레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정상화하도록 이끄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행정부가 대법원의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칫 소송전을 더욱 조장하는 역효과가 날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계 “중장년 고용불안 부를 것”
 
경제계는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데 대해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 정년연장형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고, 대부분의 기업들도 정년을 연장하는 식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는 위험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청년층의 취업 등을 고려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며 노동계의 요구대로 임금피크제를 무력화된다면 기업 채산성을 약화시키는 ‘연공’ 기업 등이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광호 전경련 본부장도 “산업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이라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에 부합하도록 노사간 합리적 조정을 통해 제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시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로 회사와 근로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라며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입증된 만큼 문제점을 보완해 운영을 잘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한상 기자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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