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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임금피크제 판결 논란(下-전망)

임금피크제 판결에 노사 갈등 ‘예고’… 줄소송전으로 치닫나

노동계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 환영”… 기업들 뚜렷한 대안 없어 ‘난색’

“임금피크제, 폐지되면 연공 기업 늘어날 것… 제도 무력화 신중해야”

법조계, 기업 대응방안 제시… “향후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 증가할 것”

기사입력 2022-06-13 00:05:00

대법원(사진)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결을 내린 다음날 서울남부지법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했다. 그동안 임금피크제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 온 기업들이 ‘줄소송’에 시달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한원석 부장|임한상·김기찬 기자]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결을 내린 다음날 서울남부지법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을 냈다. 정년 연장을 동반한 경우에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동안 이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 온 기업들이 ‘줄소송’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기업들은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노조) 측은 지속적으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노사간의 타협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폐지 촉구하는 노동계, 대비책 없는 기업들… ‘줄소송’ 우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대다수가 환영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는 한걸음 나나가 임금피크제를 아예 폐기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는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임금피크제 지침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노조와 직접적인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으로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또한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현장대응지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소송제기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향후 계획도 마련하고 현장대응지침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다만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결의대회 등 투쟁은 예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노총뿐 아니라 각 기업 노조들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거나 제도 적용 연령을 늦추는 등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노사간의 갈등 역시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가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임금피크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경우 2014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대신 만 55세부터 매년 연봉을 10% 삭감하는 ‘정년연장형’으로 운영 중이다. 2018년부터 연봉삭감액을 5%로 낮춘데 이어 2020년 들어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57세로 늦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초인 2014년부터 줄곧 보완을 거듭해왔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다만 정년연장형의 경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임금피크제는 지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부터 계속 임금피크제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삼성은 임금피크제를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으로 악용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했다”며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며 노조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측과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도 ‘임금피크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회사 측의 공식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포스코의 경우 2011년에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연장하고 59세부터 60세까지 채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57세까지는 임금을 동결하지만 만 59세부터는 임금을 10% 삭감하는 식이다. 현대중공업도 2012년에 만 58세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고 생산직에 한해 59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임금을 10%씩 삭감한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내부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없다”며 “향후 문제가 될 경우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임금피크제 효력 부정하는 것 아냐… 대법원 판결 기준 숙지해야”
 
경제계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논평을 내며 판결에 대한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이어 기업들에게 대응방향을 제시하며 대비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7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기존 규정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노동계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나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고용보장 자체로 정당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 △임금피크제 도입 시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통해 도입한 점 △법률상 연령차별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 등의 논리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임금피크제의 폐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부당소송이 증가할 우려가 있고, 산업계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경영계에서도 법리개발 등 유기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8일 전경련 회관에서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대부분의 임금피크제가 유효라는 판단을 대법원이 내렸었지만,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에서 각각 1건의 무효 판결이 나온 만큼 판단 기준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며 “대법원이 직접적인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에 각 소송들은 이에 맞춰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자로 나선 이광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에 향후 판단에 있어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행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쳤는지 등 절차의 정당성과 대법원의 4가지 기준에 따른 내용도 유효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금 삭감에 따른 △근로시간 감축 △업무내용 변경 △업무감도 감축 등 구조적인 제도 변경서부터 △직무급제 도입 △교육프로그램 지원 등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명확화 △정원 외 신규인원 채용 확대 등 감액된 재원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역시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9일 긴급 설명회를 개최하고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법률적인 쟁점을 살펴보고 기업의 대응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설명회에서 발제에 나선 김동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자체의 효력을 부정한 것이 아닌 만큼 과도한 불안과 공포는 금물”이라며 “기업에서는 대법원의 취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세리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유효성 점검을 위한 체크리스트도 제시했다.
  
실제로 현장 전문가들은 대법원 무효 판결 후 퇴직자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광태 노무법인 다현 노무사는 “최근 임금피크제 소송이 늘어 상담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소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이 소속된 회사로부터 허들(압박감)이 없어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다만 근로자들이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별도 판단 기준 등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채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임금피크제에 대한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소급분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혼란이 많다”며 “소급분을 지급하는 시기, 절차 등에 대한 논의 및 대책을 수립하고 재직자와 퇴직자에 대한 지급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어 앞으로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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