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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초심 잃지 마라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에 편향성 노출했던 전임 변협 회장 선임

새 준법감시위원장은 본분 망각한 채 이재용 부회장 사면 촉구

신뢰 땅에 떨어진 준법감시위원회… 기업·법조인 모두 거듭나길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15 08:54:46

▲ 이동호 변호사
3일에 있었던 한 유력 법조인의 언행을 두고 법조계뿐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전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자 현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이찬희 변호사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사면 촉구 발언이 그것이다.
 
이찬희 변호사는 3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원회’)와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 간의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코로나 이후 경제가 어려운데 최고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할 수 없으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정부의 사면을 사실상 촉구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준법위원회의 입장이라고 봐도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위원장으로서 개인 인터뷰이지만 준법위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니 의견이 다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준법위원회의 공식 입장임을 감추지도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동안에 우리나라의 반도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래서 경제인 단체에서 이재용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고 일반 시민 여론도 사면 찬성이 68.8%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필자도 이제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
 
그러나 삼성을 감시하겠다고 설치된 준법위원회의 위원장이 핵심 감시 대상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공개 촉구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그래서 7일 유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찬희 위원장의 발언은 준법위가 무법을 옹호하는 들러리임을 드러낸 것이므로 이찬희 위원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준법위원회 출범 당시에도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는데 이찬희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의심에 신빙성을 더하고 이재용 사면에 오히려 악영향만 끼쳤다고 본다.
 
삼성과 연관된 인사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호소가 공감대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그 사람이 높은 신뢰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찬희 위원장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고 본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행태가 비정상적이고 정권 편향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찬희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한 후 곧바로 대한변호사협(변협) 회장 선거에 당선돼 또 2년간 회장직을 역임했다. 회장 퇴임 후엔 소위 대형로펌 고문으로 영전하더니 1년만인 올해 2월 삼성 준법위원회의 2대 위원장에 선임됐다. 무명의 변호사가 지난 5년간 쉼 없이 화려한 경력을 쌓아 마침내 삼성그룹 최고 감시자의 지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입지전적으로 볼 만도 하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서 변협 회장으로 직행했던 때부터 그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는 대한민국 변호사의 절반 이상이 속해 있는데 서울회장이 바로 변협 회장으로 직행하면 변협이 지나치게 서울회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근 10년간 변협회장 중에는 서울뿐 아니라 수원·인천 등 지방회장을 역임한 인물이 4명이나 되지만 이찬희 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일정 기간 휴지기를 거쳐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었다. 그런데 이런 신사협정을 깨고 연속으로 출마했던 사람이 바로 이찬희 씨였다.
 
이찬희 씨가 변협 회장에 출마했던 2019년 선거에는 출마자가 이찬희 씨 딱 한 명이어서 그를 탓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변협 회장 출마자가 한 명에 불과했던 이유는 변호사 업계의 분열에 원인이 있었는데 이찬희 씨는 그 수혜자였다.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취임했던 나승철 변호사가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로 몰아가며 ‘로스쿨 폐지, 사법시험 부활’을 외치면서 변호사 업계가 사법시험 출신 대 로스쿨 출신으로 분열되기 시작했었다. 참고로 나승철 변호사는 지난 대선까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측근으로 활약했다.
 
이렇게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의 분열을 이용해 어느 한 쪽의 몰표를 얻어 당선되는 성공방정식이 한동안 통했는데 로스쿨 출신의 몰표를 얻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된 사람이 바로 이찬희 씨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열의 혜택을 누린 그가 2019년 변협회장 선거에 직행하자 아예 아무도 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게 되었던 것인데 이찬희 씨를 지지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숫자적으로 다수를 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찬희 씨 당선 후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처지가 나아진 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찬희 씨의 변협 회장으로서의 행보도 기이했다. 2020년 6월경 공수처설립준비단이 주관하는 공청회가 있었는데 이 행사에 변협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그가 축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앞에 나가서 소위 폴더 인사를 했던 것이다. 추미애 장관조차 예상 못했던지 자세를 어정쩡하게 구부려 응대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었다. 변호사협회가 법무부 산하 기관도 아닌데 비굴해 보일 정도로 장관에게 예의를 차렸던 것이다.
 
변협 회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기도 한데 여야 대립으로 공수처장 선정이 난항을 겪던 때 야당에 대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비판하면서도 아예 법을 개정해 공수처장 선정에서 야당을 배제해 버리려 한 여당은 ‘정치에서 시작했으니 정치로 푸는 게 맞다’는 묘한 논리로 두둔하기도 했었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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