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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대한약사회

“지역약국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죠”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보건 의료 정보·의약 품질을 책임지는 단체

기사입력 2022-07-02 00:05:15

▲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한약사회관 2층 회의실에서 조양연(왼쪽) 대한약사회 부회장과 한희용 총무이사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에 포함한 화상투약기 서비스 사업에 대한 약사회의 반대입장을 나타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화상투약기(약자판기) 운영의 한시적 허용을 결정하자 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이하 약사회)가 거세게 반발하며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용산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 1000여명이 모여 ‘국민 건강권 사수를 위한 약자판기저지약사궐기대회’(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약자판기 조건부 실증 특례 전면 거부’ 성명을 내걸고 “단 하나의 약국에서도 약자판기 시범 설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도입에 전면 반대를 주장 중이다.
 
약사회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지난달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심의위원회에서 화상투약기 제조사 쓰리알코리아(대표 박인술)의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 등 규제특례 과제 11건을 승인한 데 따른 것으로 이번 결정에 따라 화상투약기는 서울 지역 10곳에 설치돼 3개월간 시범사업을 한 뒤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2018년 1월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미래 신사업을 위한 규제 혁파를 목적으로 규제의 위험·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 해보자’는 적극 행정의 선봉과 같은 존재로서 신속확인·실증특례·임시허가 등으로 구성됐다.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 환자들에게 의약품 접근성을 터주기 위해 고안된 판매기기로써 편의점 안전 상비약에 맞서 약국 일반 의약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접근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입법안 등에 따르면 화상투약기가 일반 자판기와 다른 점은 ‘약사 주도’에 운영되는 자판기라는 점이다. △약사의 화상 상담 △약사의 지정 품목 구매 △상담~구매 과정은 6개월간 영상 저장 △약국개설자만 운영 가능 등의 조건이 붙는다. 약사가 상담·판매한다는 점에서 편의점 안전 상비약보다 안전한 사용이 가능해지며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은 ‘안전상비약, 4개 효능군 13개 품목, 화상투약기 11개 효능군 60여개’에 한한다.
 
약사회는 화상투약기 사업 허용이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약사회에 따르면 약국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약품을 다루고 있으며, 건강권 수호와 직결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는 ‘접근성·편의성·상업성’의 가치가 아닌 ‘국민건강 수호’와 ‘약물남용 방지’ 및 ‘대면판매와 복약지도’라는 대 원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과 한희용 대한약사회 총무이사를 만나 약사회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의약품은 약국에서 약사의 복약지도하에 대면 판매가 원칙이죠”
 
화상투약기 도입 추진은 10여년에 걸쳐 공론화한 문제였음에도 안전성 등의 문제로 도입이 저지됐으나,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원격의료’가 붐을 타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해 틈을 타 한시적 운영허가를 받아낸 것이라고 한 이사는 설명했다.
 
“2013년 ‘쓰리알코리아’에서 개발된 화상투약기는 약사가 투약기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환자와 원격 상담한 뒤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자판기로 계속해서 상용화를 시도해 왔어요. 그럼에도 의약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약사법 등에 막혀 제품을 출시하지 못했죠. 현행 약사법은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제50조 1항)고 규정하고 있어서죠. 그러다가 6월20일에 과기부가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에서 화상투약기 안건을 결국 가결하면서 시범사업이 시행되게 됐어요.”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이 화상투약기 도입 반대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조 부회장은 약사 입장에서 화상투약기의 운영 방식 자체가 정확한 판매와 복약지도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화상투약기’의 운영프로세스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화상투약기 한 사람에게 약을 주는 시간을 수분 내로 한정해요. 1시간에 30명에게 약 판매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건 길거리에서 약을 구매하는 거와 다름 없어요. 약사는 콜센터 직원처럼 화상통화로 연결해 증세를 듣고, 환자는 복약지도를 받아 상품 이름과 가격을 확인 후 자판기에서 결제한다는 것이죠.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각 자판기에 들어간 구성의약품을 일괄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렵고, 원격 상담한 약사가 성능검사와 안정성 검사 등이 정확하지 않은 약들을 한 장소에서 여러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는 것 자체가 의약품 판매 원칙에 맞지 않아요. 그렇게 판매를 할 수 있는 프로세스나 프로그램이 투명하게 공개된 것 또한 아니죠.”
 
조 부회장은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보건복지의료분야 전문인력이 빠졌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경제논리로 운영되다보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부가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에 화상투약기 사업을 선정했는데,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인사들이 대부분 IT업계쪽 사람들이에요. ICT 관련학과 교수들도 상당부분 있어요. 그래서 화상투약기에 구현된 기술의 혁신성과 편의성만 가지고 따지는 겁니다. 약사 입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때는 약의 위생관리 및 구성약품 등등을 전부 따지고,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서 그에 가장 적합한 약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게 안 되는 거예요.”
 
“거기에다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화상투약기 상담약사가 ‘성과급 중심’으로 돈을 번다는 것 이죠. 많이 팔면 많이 팔수록 많은 돈을 벌게 되니까, 한 약사가 동시에 많은 화상투약기를 운영하게 되면 결국 거점 약사는 큰돈을 벌고 질 낮은 약국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에요”
 
한 이사는 의약품 자체가 보건의료계에 속하며 오남용 및 건강과 직결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특수한 제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약사의 복약지도하에서 판매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약국의 위생, 습도, 온도, 구성제품 등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약국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중요해요. 저만해도 한 약품을 구매할 때 효능군이 11가지라고 해도 각각의 효능군마다 일반의약품은 부작용 등이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최적의 약을 판매하려 노력을 하죠. 약사는 오랜 경험을 통해 환자를 대면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전문성이 축적된 전문인력이에요. 거기에 더해서 약이 잘못 처방되거나, 부작용 등이 발생하면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약사가 책임을 지게 돼 있어요. 의약품 판매에는 정말 엄청난 책임감이 요구되죠. 그런데 화상투약기를 통해서 약을 판매한다는 게 약사 입장에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매우 위험할 수 있어요.”
 
▲한희용 대한약사회 총무이사  ©스카이데일리
 
한 이사는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약국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약국이 병의원과 함께 국민건강수호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지역의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약 자판기 사업이 커지고 이들의 영리추구 활동이 높아지다 보면 동네 약국들에 그 피해가 전가될 것이에요.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들이 약국을 운영하며 지역주민의 질병과 증상을 살피고 복약지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화상투약기 업체들이 커질수록 종국에는 기업형 약국들만 살아남고 동네 약국들은 사라져갈 것이에요. 요즘 온라인 구매로 철물 관련 제품이 대중화하면서, 동네 철물점이 사라졌다고 해요. 이런 식으로 약국도 화상투약기를 대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대형약국집단 외에는 위기를 맞이하겠죠. 결국, 빠르고 편리하게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질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거죠.”
 
“심야·주말 공공약품 운영으로 의료 공백 메꿀 수 있어”
 
최 부회장은 주말 및 휴일, 심야에는 공공 약국 등을 운영함으로써 화상투약기 사업을 충분히 대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새벽시간까지 운영 중인 전국 공공 심야 약국이 있어요. 현재 전국에 100여곳이 운영 중인데, 정부협조와 지자체의 운영보조를 통해 공공심야약국 혹은 휴일지킴이약국 등을 통해 약사와의 대면을 통한 약품 구매를 할 수 있어요. 화상투약기가 야간과 휴일에 이용가능한 약국이 없다는 틈을 노리고 도입 됐으나, 정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확대와 관련 법적 지원을 해주면 약국의료 공백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에요”
 
마지막을 한 이사는 지역약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경기도 수원시만 해도 약국이 500개로 동사무소 숫자 대비 10배에 가까울 정도로 주민들과 밀접하게 호흡하고 있어요. 이들이 지역사회에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고 약국의 약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초기시대 혹은 대유행기 시대 당시에 주민에게 약을 신속하게 전달 및 배달했어요. 공공마스크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5부제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하게 판매됐어요. 요즘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약국을 방문해 약을 구매해가죠. 팬데믹이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감염병 위기의 시대에, 지역약국시스템은 더욱 발전하고 장점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이를 단순하게 상업화·실용화 방면으로만 판단 및 해석하여 산업화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될 거예요.”
 

 [장혜원 기자 / hyj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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