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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우유업계 사업 다각화 추진
‘한 우물 팠는데’… 푸르밀 폐업에 비상 걸린 우유업계
푸르밀, 계속된 적자 이유로 사업종료… 지난해 영업손실 124억 원
투자 실기·오너리스크·신사업 실패·매각 무산 등 원인으로 지목
시장악화에 우유업계 위기감 고조… 업계 빅3, ‘제품 다변화’로 승부수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9 00:05:00
▲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이메일을 통해 사업 종료를 알렸다. 사업종료 해고 통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지난달 26일에 본사에서 집회를 열었다. 앞서 전날에도 푸르밀 본사에서 폐업을 규탄하고 낙농가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집회가 있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우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나초코우유’와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로 잘 알려진 푸르밀이 이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혀서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의 폐업 선언 이유가 우유제품에만 ‘올인’한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저출산에 따른 시장 규모 축소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우유업계는 생존을 위해 최근 소비트렌드에 맞춘 ‘사업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푸르밀 폐업 소식에 … 우유업계 전망 ‘흐림’
 
45년 역사를 가진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이메일을 통해 사업 종료를 알렸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롯데그룹 산화 롯데유업으로 출발해 2007년 4월 분사한 뒤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분사 당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인수했고, 지난해부터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2017년까지만 해도 푸르밀은 신준호 회장과 전문경영인이 함께 대표를 맡았었다. 그러다 신동환 사장이 대표로 오른 2018년 초부터 뚜렷한 실적 부진에 빠지더니 그가 단독 대표 체제를 구축한 지 2년 만에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로 400명이 넘는 본사·공장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푸르밀은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알렸다.
 
푸르밀 측이 밝힌 사업종료의 이유는 지속적인 적자다. 우유 소비 감소로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데다 시장 경쟁력이 갈수록 뒤처져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르밀의 적자 규모는 2018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4억 원 등으로 매년 늘어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푸르밀의 실적이 곤두박질 친 데에는 우유로 ‘한 우물만 파’ 사업다각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업체들은 단백질·식물성 음료 등을 내놓으며 사업 다각화에 전력을 다할 동안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해 최근 몇 년간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푸르밀 관계자도 “국내 우유업체 중에 우유만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움직임이 많이 늦었다. 우유 외의 신사업 품목이나 브랜드가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여기에 오너리스크도 지적된다. 대대적인 시설 투자와 사업다각화를 해야 되는데, 오너일가가 시장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변화에 뒤처진 대응을 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위기가 코앞까지 닥친 상황임에도 미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경영진의 적절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력이 없었단 지적이다.
 
사실 푸르밀 측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유 사업 대신 커피 등의 신사업을 돌파구로 삼고 올해 4월 초 RTD(Ready to Drink·즉석 음료) 컵커피 ‘마리아 라떼’를 내놨지만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최근까지 여러 곳과 회사 매각을 논의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푸르밀의 콜드 체인에 관심을 갖고 인수를 검토하던 LG생활건강이 푸르밀의 노후된 설비로 인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점만 봐도 푸르밀 오너일가의 사업적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내 우유업계 산업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우유업계의 실적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우유 제조사 점유율 1위는 서울우유(43.1%), 남양유업(13.16%), 빙그레(13.02%), 매일유업(11%) 순이다.
 
서울우유의 영업이익은 2020년 594억5900만 원에서 지난해 581억8800만 원으로 2.13% 줄었다. 남양유업은 2년 연속 700억 원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0년 영업 손실 767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45% 늘어난 778억 원을 기록했다. 매일유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308억 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429억 원) 대비 28.2% 줄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유업계 자체가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없는 건 맞다”면서 “그래서 시장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제품을 확대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유업계 빅3,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시장서 승부수
        
▲ 우유업계 ‘빅3’ 업체들은 우유 시장을 넘어서 건강기능식품과 환자식인 케어푸드, 단백질 음료 출시 등 제품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제공]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우유업계 ‘빅3’ 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과 환자식인 케어푸드, 단백질 음료 출시 등 제품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매일유업은 핵심 사업인 유제품 산업뿐 아니라 성인영양식, 건강기능식, 식물성 음료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실버푸드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한 매일유업은 2018년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출시하며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셀렉스는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2000억 원을 달성했다. 매일유업은 △셀렉스 마시는 프로틴 △프로틴 바 △썬화이버 △프로바이오틱스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다양한 종류의 성인영양식과 건강기능식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단백질 보충제와 함께 우유에서 추출한 물질을 담은 뷰티 제품도 출시했다. 아몬드와 귀리, 콩을 활용해 식물성 음료의 종류를 넓히는 등 대체 우유 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시장을 세분화한 기능성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5월 프리미엄 유당 분해 우유 ‘내 속이 편안한 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락토프리(유당제거) 우유, 단백질 강화 제품 등 기능성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 밖에 아이스크림과 냉동피자, 컵커피 등도 출시하고 있다. 국산 원유를 활용해 2020년부터 출시한 아이스크림은 올해 8월 누적 출고량 820만개를 돌파했다. 또 100% 국산 치즈를 활용한 피자·브리또 제품도 선보였다.
 
남양유업은 경영권 매각 분쟁과 불매 운동 등으로 실적이 하락세지만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독일 제약회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협업해 프리미엄 환자 영양식 ‘프레주빈’ 등 케어푸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7월 출시한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의 리브랜딩을 통해 신성장 동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푸르밀의 경우 경영전략의 부재가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보여준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유제품 소비량은 계속 줄기 때문에 유업계가 사업다각화를 모색해 제품 다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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