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첫걸음은 달콤하고 맛있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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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해 바디감 있는 레드 와인 순서로 접근
타인과 함께 나누는 와인의 맛 통해 여유 있는 삶 찾을 수 있어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7 11:22:37

아들에게 와인을 가르치고 싶어서 좋은 와인을 따라 주고 마시게 한 적이 있었다. 그날 아들이 맛을 본 와인은 리저브급의 묵직한 바디감을 가진 레드와인이었다. 물론 그날 이후로 아들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 있다. 떫은 탄닌감이 주는 불편한 맛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달콤한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와인을 가끔씩 권하고 있는데 첫인상 때문인지 쉽지는 않다.

이처럼 처음부터 탄닌감이 있고 바디감이 있는 고급 와인을 마시게 되면 길들여지지 않은 우리의 미각으로 인해 와인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와인의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는 달콤하고 맛있는 와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일단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와인의 단계에 맞게 한 단계씩 올리며 마신다면 와인의 세계에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 단계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5%~9% 이내의 달콤한 화이트와인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나 모스카또 품종으로 만든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들은 도수가 낮고 향기로운 과일 향이 강해 술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처음 와인을 접할 때에는 이렇게 약간은 달콤하면서 신선한 과일향·꽃향기가 풍부한 와인이 좋다. 특히 여름에는 알콜도수 8% 아래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 좋은데 ‘드미섹(Demi-Sec)’ 등급을 마시는 것이 좋다. 단맛이 강한 스파클링 와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은 스낵·치즈 등을 곁들여 가볍게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초보 1단계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어느 정도 들었다면 약간 드라이한 맛의 샤르도네·소비뇽 블랑·게브츠트라미너 같은 화이트 와인과 단맛이 있는 스위트 레드와인을 마시기 시작하기를 권한다. 만약 시작단계에서 단맛의 와인이 싫다면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해도 좋다. 오크통에 숙성된 이 와인들은 바닐라 향기 등의 풍미와 상큼한 산미감으로 인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해산물·피자·파스타 등과 특히 잘 어울리는 이런 화이트 와인은 초보자뿐만 아니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무척 사랑받는 와인으로 가격과 생산 지역도 무척 다양하다.

초보 2단계

이젠 본격적으로 레드와인을 마실 수 있는 단계다. 떫지 않고 바디감이 무겁지 않은 레드와인을 마셔 보는 게 좋다.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지역의 프리미티보·네그로아마로·네로디트로이아, 포르투갈의 알리칸드부쉐, 프랑스 랑그독 지역에서 출시되는 와인은 가격도 저렴하고 초보자들 사이에서 무척 사랑받는 맛있는 레드와인이다. 이런 레드와인들은 신선한 과일 향이 풍부하고 가벼워서 마시기 쉽다.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구입해서 마실 수 있다.

중급 단계

중급 단계부터는 와인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모든 와인이 다 자신에게 맞는 와인일 수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자신의 입맛에 잘 맞는 와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레드 와인 중 부드럽고 약간 진하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한 레드와인을 시도해 본다. 예를 들면 호주 쉬라즈, 스페인 가르나차, 이탈리아 끼안띠·몬테풀치아노, 미국 까베르네쇼비뇽·메를롯·나파벨리와인, 남미 까르미네르·말벡 정도가 괜찮다. 이 단계가 되면서 와인의 깊은 맛과 향에 대해 좀 더 깊게 관심을 갖게 되는 단계일 것이다. 이때부터는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실험적으로 마셔 볼 것을 추천한다. 와인이 어울리는 음식이라면 당연히 와인이 테이블 위에 있어야 된다고 느낄 것이다.

고급 입문 단계

고수의 길로 들어서는 단계로,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묵직한 느낌의 탄닌 맛이 강한 고급 와인들을 구입해서 마셔 볼 것을 권한다. 중급단계에서는 1~2년 숙성된 와인을 주로 마셨다면 이젠 3년 이상 숙성된 프랑스 보르도와인·부르고뉴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와인, 남미의 보르도블랜딩와인 같은 와인들을 선택해 보자. 이런 종류의 와인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품종의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끊임없는 와인 세계로의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같은 품종의 레드와인을 섭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도 품종별로 와인의 특색을 맛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잘 맞는 와인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와인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값비싸고 이름 있는 와인을 마시고 싶어진다. 하지만 비싸다고 항상 그 가격만큼 좋은 와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기에 가격 대비 좋은 와인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품종의 와인과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마셔 봐야 한다.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 와인을 구입할 확률은 높아진다.

와인숍이나 마트에 가면 1·2만 원대의 와인 중에서도 좋은 퀼리티의 와인을 찾을 수 있다. 다방면에서 얻은 와인에 관한 지식과 다양한 와인을 마셔 본 경험이 어우러질 때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된다.

와인이 주는 깊은 맛으로의 항해가 시작되고 무르익어 가면서 언젠가 와인 마니아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와인은 우리의 바쁜 일상생활에 느림의 여유를 주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나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기에 와인은 마실수록 더 마시고 싶어지게 된다.

또한 좋은 와인이 주는 만족감과 즐거움은 자신이 경험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게 한다. 와인은 혼자 마셔도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며 마실 때 친구가 만들어지고 아름다운 삶이 꽃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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