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워서 그걸 가져간 건 아니지?”
여경이 뭔가를 알고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우룡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선 선우가 위험해질 게 뻔했다. 그렇지만 거짓말을 둘러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칫솔이랑 빗이랑 거의 똑같은 걸로 사다 뒀었는데 내가 어수룩했었나 보네.”
“아니. 내가 알아낸 건 아니야. 도우미 아줌마가 묻더라고. 자기가 채워놓는 브랜드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땐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아무 말 안 해도 되지? 거짓말은 못 하겠다.”
우룡이 알아채기 전에 선우가 먼저 나서서 판을 깨게 하는 수밖에.
“갈 게. 아무래도 오늘은 푹 쉬어야겠어.”
진욱은 일어섰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졌다.
“잠깐.”
여경이 진욱의 팔을 잡았다.
“나 한우룡 딸이야. 함부로 살지는 않아. 어떤 소문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지만 그거 다 음해야.”
진지한 눈빛으로 여경이 진욱을 보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만 믿어. 당신 알잖아. 내가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는 거. 아니니까 더 이상 그런 수고 하지 마. 아빠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진욱은 집을 나왔다. 그땐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나한테 안 한 이야기 있죠?’
전날의 숙취로 침대에 누워 빈둥대는데 선우한테 문자가 날아왔다. 휴일에 선우가 먼저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우룡이라는 분과 엄마 사이에 대해서 알게 된 게 그냥 상상력은 아닐 테니까. 저한텐 정확하게 밝혀주셔야죠. 김정숙 씨한테 뭔가 들었죠?’
선우의 말이 맞긴 했지만 진욱 역시 정숙으로부터 정확한 어떤 이야기를 모두 들은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대상이 한우룡이라는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가 나소선이나 은명환과 연결된 은선우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걸 동원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미리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운이 좋아 우연히 들어맞는 타이밍이었다. 정숙이 진욱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도. 그리고 진욱을 이용하기 위해 진욱의 여자를 찾아내라고 동원을 몰아세운 것도.
‘문자로는 좀 그런데….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해.’
비밀로 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정숙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선우에게 건너가는 건 위험 요소가 따르는 일이었다.
‘출발해요. 김정숙 씨 집으로 찾아가 직접 들으려고요. 갔다 와서 연락드릴 게요.’
하는 수 없었다. 진욱은 선우를 멈추게 하고 액셀을 밟았다. 김정숙을 만나더라도 선우 혼자서는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지만 혼자서 감당하도록 둘 수는 없었다.
“소선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건 처음 봤어.”
정숙은 금방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을 말하듯이 몸 움츠리고 떨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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