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봉투에 찍힌 소인은 아주 희미했다. 낡은 핸드백에 들어가 견딘 35년의 세월을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상한 일일 것이다.
“소인에는 세 글자가 찍혀 있는데 정확하게 지명을 알아볼 수가 없어요.”
선우는 진욱의 핸드폰으로 봉투 겉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송했다.
“강남 일대랑 명동, 그리고 별장이 평창동이랬지? 이 세 지역을 한번 살펴볼 게. 내가 알아 해볼 테니까. 이건 걱정 마.”
진욱 역시 소인이 정확하지 않아 조금 실망한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힘을 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바로 문자가 날아왔다.
‘참. 어머니 그날 사고 지점은, 기사를 보니 잠수교 남단 50m 지점으로 반포 쪽으로 건너가던 상황이었네. 참고하라고.’
명동에 있던 집을 결혼 후 강남으로 옮겼다고 들었었다. 집이 강남인데 소선은 무슨 일로 새벽 시간에 강북에서 집 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걸까? 선우는 내키지 않았지만, 점심식사 약속 장소를 향해 엑셀을 힘껏 밟았다.
미경과 꽤 오랜만에 밖에서 둘이 먹는 점심이었다.

“너 바쁜데. 미술관으로 내가 간다니까….”
선우가 약속 시간보다 10분은 더 일찍 도착했지만, 미경은 더 먼저 와 있었다. 바쁜 선우를 배려해 일부러 서둘러 나온 것 같았다. 미경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선우를 위해서는 무엇도 아끼지 않았다.
“이모…, 엄마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어요.”
단 한 번도 미경에게 소선 이야기를 꺼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미경은 엄마, 라는 말이 선우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잠시 당황한 듯 민망한 웃음을 웃었다. 그러곤 바로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뭘 아는 게 있어야지…. 나 선생님에 대해 나는 아는 게 없어. 아무것도 없어.”
물론 그럴 거라 짐작은 했지만, 미경은 알고 싶은 게 뭔지 한 번 물어보지도 않고 너무 명료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다.
“엄마 교통사고 났던 날, 새벽 시간에 어딜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는지 그게 궁금해서요.”
미경은 잠시 안도의 숨을 쉬는 것처럼 조금 편해진 얼굴로 숨을 푹 내쉬었다. 잘못 본 게 아닐까 싶게 방금까지 경직되었던 표정도 금세 누그러졌다.
무언가 말을 해 줄 줄 알았지만 미경은 그러지 않았다. 밥을 먹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소선에 대해선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표님! 이상한 편지가 와 있는데요. 한 번 확인해 보셔야겠어요.’
미술관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미숙의 문자가 날아왔다.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긴 하지만 발신인 이름이 없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또 하나의 봉투가 있었다.
‘이 봉투를 주우신 분은 제발 안에 쓰인 주소로 좀 보내주세요. 이수빈 드림’
안에 쓰인 주소는 미술관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외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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