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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에도 결국 기준 금리가 올랐다. 한국은행은 13일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0.25% 인상해 3.50%로 결정했다.
지난해 4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된 이래 이달까지 7번 열린 금통위에서 모두 금리가 인상됐다. 7번 연속으로 금리가 인상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가히 금리 인상 피로감이 쌓일 만한 추세다.
금통위에서 7회 연속으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은 한은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과 미국 물가 인상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기준 금리는 4.25~4.50% 수준으로 여전히 국내 기준 금리보다 1% 가까이 높아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외화 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IMF 국난 트라우마를 생생히 기억하는 한은이 한미 금리 격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한미 간 금리 격차로 원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 경제 시스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외화 벌이도 힘들어지고, 이는 무역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계속되는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시장이 얼어붙었고,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경기 침체의 수렁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외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경제지만, 당장 국내 경기가 끝도 없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국민 생활은 고달파진다.
이제 정말로 물가 안정과 외환·환율·무역 수지 관리를 위해 재차 금리를 인상해 미국 금리를 따라붙을지,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경기 부양책으로 금리 동결을 선언할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 7명 가운데 한은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6인의 금통위원 중 3명이 3.50%에서 동결을, 3명은 추후 3.75%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 결정 여부가 보통 금통위원 다수결 원칙에 따라 정해지고 금통위원 간 의견이 동률로 갈릴 경우 한은 총재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관례를 감안하면 다음 달 23일 열릴 차기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냐, 동결이냐 여부는 결국 이창용 총재의 선택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다행히 금리 동결을 위한 대외적인 환경은 어느 정도 조성되는 분위기다.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르던 미국 물가 상황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가고 있고, 이에 따라 미 연준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범 정부 차원에서 연이어 경기 부양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혈로가 꽉 막힌 시장에 피(돈)가 돌게 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특수법인이지만 업무 특성상 정부와 다른 길을 가기 힘든 조직이다.
특히 올해 들어 윤석열정부가 더욱 강력한 경기 활성화 기치를 내걸고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형국에서 한은의 저금리 지원 사격이 없다면 현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전한 금융 통화 정책 실현을 위해 정부로부터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비상 상황에서 국내 가계를 살리기 위해 나선 정부에 맞서 한은이 엇박자를 낸다면 국민 경제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내달 말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의 결단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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