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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비혼주의자 심리 리포트
인구절벽 시대 ‘비혼주의 세대’…결혼 안 하나 못 하나
3050 비혼이유 “미래 불확실성 높은데, 꼭 결혼해야 할 필요 있나”
여성 10명 중 6명 ‘결혼계획 없어’… 기혼 남녀, 과반 “자녀 계획 없다”
전문가 “애착욕구는 본능적인 것… ‘일·가족 양립’ 사회 만들어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9 14:30:26
▲통계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78명이라는 뜻이다. 인구절벽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분석 속에서 급증하는 비혼주의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저출산과 함께 젊은 여성들의 비혼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 0.7명대로 떨어지면서 국가 소멸론까지 나오고 있다. 출생아 수가 10년 만에 반토막 수준이 된 것인데, 이 같은 상황의 중심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非婚主義)’가 놓여 있다.
 
비혼’이란 본래 결혼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여성계에서 사용됐으나, 현재 비혼의 의미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자유로운 싱글의 삶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일각에서는 비자발적 비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수치인 193000건을 기록했고,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저출산율을 보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249000명으로 재작년보다 11500명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세계 252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8명대로 떨어진 바 있는데, 2년만에 0.7명대에 들어서며 재차 불명예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0명대의 극단적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인구감소가 2038년부터 20만 명대 204530만 명대 205040만명대 205550만 명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초저출산 트렌드의 중심에는 결혼하지 않고 있는 20·30’ 비혼주의를 택한 청년세대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5일 가진 간담회에서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기 힘든 이유로 밝힌 답변을 공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20,30대 미혼 청년들은 왜 결혼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 경제적 이유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자산 형성과 대출, 안정적인 주거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다.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들어가는 예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 등 비용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밖에 부모님이 그동안 낸 축의금 회수 의미가 강한 결혼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결혼은 곧 출산이라는 압박도 결혼을 꺼리게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성운동가 오세라비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는 본지에 혼자 사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영페미니즘 물결은 비혼주의 만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페미니즘이 비혼주의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확산하는 것이라고 짚은 오 상임대표는 혼인율과 출산율 저하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화 됐는데, 설상가상 페미니즘운동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오 상임대표는 특히 여성들이 비혼주의페미니즘’의 저변에는 높아진 기대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의 소위 올려치기현상 그리고 욕망과잉이 심하다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이 결혼 대상의 남성들을 평균 이상으로 표준화하면서 두 집단 간 시각차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남성 대비 여성의 우위를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남성들이 여성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오 상임대표는 가족의 가치, 결혼해서 자녀를 양육하며 가정을 꾸리는 이런 가치관이 무너진 것도 맞다“2000년 초반부터 가족해체 등의 경향이 있었고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짚었다.
 
미혼 여성 10명 중 6결혼 계획 없다
 
이런 현실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7일 여성계에 따르면 미혼 여성 10명 중 6명이 비혼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는 전국 만 19~59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날관련 기획 조사를 실시했다. 미혼 남녀에게 결혼 계획에 대해 질문한 결과, 현재 결혼 계획 없음응답 비율이 61.4%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비혼 의사는 53.9%, 여성의 비혼 의사는 68.6%로 여성의 비혼 의사가 남성 대비 14.7%p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는 전국 만 19~59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미혼 남녀에게 조사한 결과 '결혼 계획 없음' 응답 비율이 61.4%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주)피앰아이)
 
이 조사에서 기혼 남녀에게 자녀계획 의사에 대해 물은 결과 자녀계획 없음이 53.2%, 자녀계획 있음이 46.8%로 나타났다. 기혼이지만 자녀도 없고 향후에도 자녀계획이 전혀 없는 여성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자아실현 때문에(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를 응답한 비율이 67.1%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남성 대비 일·가족·육아로 경력단절’ ‘성별 임금 격차등을 경험하며 출산이나 결혼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비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것이다.
 
혼자 있는게 좋아” vs “결혼문턱이 높다” 비혼주의자 심리보니
  
이에 본지는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발적 선택인지 혹은 비자발적 선택인지, 그리고 각각의 이유는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비혼주의를 선언한 MZ세대의 마음을 직접 알아봤다
 
강남 일대에서 강사로 일하며 월 300~6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A(여·37)안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현재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 당장 결혼을 해도 될 정도로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됐음에도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일주일에 하루 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할 정도로 일에 몰두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비자발적 비혼주의자에 속한다.
 
A씨는 결혼은 때가 되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부모님 세대처럼 나이가 찼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 결혼할 마음이 드는 인연을 만날 때까지 여유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
 
A씨는 ‘(나이를 생각하면) 출산이 급하지 않은가라고 묻는 질문에 대해 가끔 그런 염려도 들지만 현재 너무 바빠서 결혼과 육아 그리고 출산까지 생각하는 것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43세에 연 35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으며 비혼주의자로 남게 된 일간지 기자 B()은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40세가 넘어가면서 꼭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무엇보다 자녀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성들이 바라는 남편감, 혹은 배우자감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는 비자발적 비혼주의자라며 여성들이 찾는 결혼상대는 대체로 억대 연봉에 자가 주택을 가진 남자인데, 아마 이런 조건이라면 대한민국 남자 절반 가까이가 미혼으로 남지 않겠느냐며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개인적 자유를 위해 비혼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연간 7000~8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프리랜서 영상감독 C씨(·48)는 비혼주의자이다. 그는 “60세쯤에나 결혼하고싶다“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즐긴다고 밝혔다. 그는 성격이나 체질상 가족을 부양할 성품이 못 된다그럼에도 결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이 꿈이었다“1인가구도 많아지고 1인가구를 위한 식품이 나오는 등 이렇게 사는 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비혼주의자 D씨(·50)몇 번 사랑에 실패한 이후 결혼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혼기를 놓치고 나니 아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더라고 했다. 이어 이제는 일에 바빠서 연애나 남자에 어떠한 관심도 생기지 않는다혼자 살고 있지만 이웃사촌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전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혼을 거부하고 비혼인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양육에 따른 경제적·심리적 부담이다. 또한 이에 함께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개인주의가 확산하며 자발적 비혼으로 남게 된 것으로 보였다. 
 
반면 비자발적 비혼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결혼상대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특히 남성의 경우 경제적 능력면에서 자신을 받아줄 상대를 못 만났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 같은 비혼주의자의 심리를 두고 한민 문화심리학자는 언론 기고글에서 늘어나는 인구만큼 산업과 경제 규모도 커졌고 새로운 갈등과 문제가 나타났다”면서 비혼문제 역시 경제와 산업의 발달과 관련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치열한 경쟁에 기반한 산업 고도화의 시대를 살아오며 개인주의가 심화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전통적 출산과 육아의 일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출산·육아에는 심층적인 인간의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면서 “그것은 생존과 안전이라는 이유뿐 아니라 애착과 사랑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욕구라며 우리의 가정은 그동안 너무도 많은 아픔을 겪었고 시대를 살아내느라 서로를 보듬어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아빠처럼 살고 싶은 아들, 엄마처럼 살고 싶은 딸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집값도 잡아야 하고 공정한 사회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변화는 가정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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