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실리콘밸리뱅크 (SVB) 파산 사태 발빠른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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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예방하고 금융 시스템 보호에 나서
15년전 금융위기 초래한 리먼사태와 달라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3 15:47:45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미국내 16위 은행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붕괴 사태에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속한 불끄기에 나섰다. SVB 사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해 자칫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 정부가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한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SVB 사태로 몇몇 지역 은행들이 직면한 문제가 은행업계 전체로 번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안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WSJ·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은 SVB가 무너지자 세계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이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한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여러 모로 다르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VB 파산과 관련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회동해 대책을 논의한 결과 일단 연방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사태 수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증시 선물 시장에서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선물은 1% 이상,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300포인트 가까이 각각 상승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 셈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7% 오른 2,410.60으로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788.89로 0.04% 오르며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13일 현재 전 거래일보다 18원 떨어진 1305원에서 마감됐다.

파산의 원인은 물론 당국의 대처, 금융 시스템 전반의 환경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까닭에 리먼사태처럼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SVB 파산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 이후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는 점에서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 정부도 당시의 암울하고 끔찍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에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재무부와 연준,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가 공동으로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연방 당국의 이번 대책은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은행 고객을 보호하고 다른 은행들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을 예방하는 데 사태 수습의 초점을 맞췄다. 예금을 돌려받지 못한 SVB 고객들의 고통이 본격화하면 다른 은행들에서도 패닉에 빠진 예금주들의 인출 사태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조치들은 모두 금융시스템 보호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13일(현지시간)부터 25만 달러의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아우성을 치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직원 월급을 못 주거나 최악의 경우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살릴 경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지고 연방부채 확대에 거부감이 큰 공화당의 반대가 뻔한 점을 고려해 예금주들만 살리는 쪽으로 정부 지원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규모가 큰 다른 금융기관이 SVB를 인수해 운영 정상화를 발표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였지만, 일단 정부 차원의 대책부터 급하게 내놨다는 것은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FDIC는 SVB 매각을 위한 경매를 진행했으나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PNC 파이낸셜과 캐나다 로열은행(RBC)은 이미 철수를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국은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리스크를 초래할 경우’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도 보호할 수 있다는 연방예금보험법 조항을 이용, SVB는 물론 이날 추가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뉴욕 시그니처 은행의 모든 예금주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예금보험기금은 은행 업계가 낸 수수료로 조성된 펀드여서 ‘혈세를 낭비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전망이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