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이승만이 트럼프를 만난다면… “동북아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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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국제문화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9 13:00:00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가도가 탄탄해진 가운데 주변 여러 나라들에선 고심이 깊다. 대한민국도 그중 하나다. 다만 우리의 우려엔 국내·외 주류 언론의 영향이 커 보인다. 트럼프는 재임시절부터 SNS로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해야 할 만큼 주류 언론과 적대적 관계였다.

미국의 특권층을 트럼프는 ‘워싱턴 늪’이라 부른다. 워싱턴DC가 원래 늪이었다는 사실을 빌어 혼탁·음험한 권력 중심부를 빗댄 은유다. 우아하고 매끈한 언어와 매너의 워싱턴 늪 인사들에 맞서 노골적 직설화법으로 “서민을 살리겠다”며 나선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트럼프에게 사람들이 열광한다. 트럼프가 대통령 시절부터 사회주의의 위험을 호소하고 자국민부터 챙기겠다 해서 돌풍을 일으킬 만큼 미국은 많이 망가져 있다.

트럼트에 대한 열혈 지지와 극도의 혐오, 그 배경을 모르는 채 이 시대를 살 수 없다. 지난 30여 년 중국의 부상에 편승한 미국 초엘리트들이 부와 명예를 구가하는 동안 납세자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보조금 의존과 마약중독이 증가했음은 물론 지난해 12월 미국의 노숙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래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라니 요즘 시대에 너무 촌스럽지 않나? 하지만 서민‧중산층 살리기가 그 구호의 본질임을 알면 숙연해진다. 우리나라 매체나 지식인 사회 역시 트럼프 죽이기에 가세한 모습이다. 우리는 일부 국내·외 전문가와 석학의 강의를 참고하며 조심조심 진실찾기를 할 뿐이다. 그 여정에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주의의 정체’(홍지수 2017)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남 이승만이 새삼 그립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공산화 대세의 유라시아 끝자락에 자유민주공화국을 건설한 것, 피폐한 극빈국 지도자가 최강국을 상대로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낸 것은 세계사에 남을 신공(神功)이다. 우남이 예측한 냉전의 무게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미국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동북아에서 친미 반공국가 대한민국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공은 우남의 신앙·학술과 삶의 경륜이 이끈 결론이다. 화제의 다큐 영화 ‘건국전쟁’에서 동영상으로 최초 공개된 뉴욕 카퍼레이드의 주인공 우남에게 당시 ‘자유의 영웅’이란 칭호가 주어졌다. 구한말 그는 기독교를 통한 감화와 개명으로 자유인의 나라를 건설할 것을 꿈꿨고 그 구체적 모델이 미국의 건국 정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태생부터 미국과 숙명적으로 얽혀 있다.

1946년 트럼프가 태어났을 때 71세의 우남은 건곤일척의 건국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양자의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오해와 가짜뉴스의 희생자라는 점이 우선 통한다. 시대적 소명 또한 겹치는 부분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트럼프의 처지와 과제를 우남만큼 인정·격려할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

트럼프의 멘토인 미국 댈러스 시의 제일침례교회 목사 R. 제프리스 박사가 2017년 “하나님이 당신(트럼프)에게 주신 권력은 김정은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남은 여기에 더해 중국 제어가 인류사적 과제임을 일깨울 것이다. 근대적 각성 이전 주자학에 정통한 우남은 중화적 세계관의 본질이 유물론적이며 자유공화국 친화적이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 견제에 때를 놓친 것도 우남은 질타할 것이다. 러시아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압도적 문명의 저력에 기반한 중국이 이제 호락호락하지 않다. 불교‧유교(주자학)‧기독교가 각각 1000년·500년·240년 융성한 곳은 하늘 아래 한반도뿐이다. 이처럼 고급진 토양 위에 우남 같은 개인도 태어나는 법이다. 중화의 본질과 현실 파악에서 한국인을 능가할 존재가 없다.

미국의 역량을 동북아에 집중하라! 우남은 이렇게 말할 게 분명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우남과 트럼프는 공감대가 클 수밖에 없다. 6‧25전쟁과의 몇 가지 표면적 유사성을 들어 우크라이나 쪽에 감정이입하면 곤란하다. 20세기 중반 대한민국 이념이 자유민주주의였던 반면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진입하려는 유럽의 지배적 이념·문화 조류는 정치적올바름(PC)주의, 즉 문화적 마르크시즘이다.

궁극적 권위는 도덕적 우위에서 나온다. 우남이 PC주의와 싸우는 트럼프를 고무하며 그들보다 도덕적일 것을 강조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 해방을 역설하리라. 북한의 뒷배 중국을 다루기 위해 러시아를 활용할 것, 현재의 서유럽보다는 차라리 러시아나 헝가리가 기독교적이라고 귀띔할 게 틀림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05주년 3·1절 기념사에서 기미독립선언의 의미를 “(당대에 보기 드문) 미래지향적 독립 투쟁”으로 짚으며 그것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된다”고 했다. 건국 75년 만에 도달한 3·1정신 해석이다. 자유통일이야말로 우남의 염원이었다. 이를 담아 그가 1950년 10월 평양에서 펼친 격정 연설과 청중의 뜨거운 화답은 다큐 건국전쟁 후속편에서 다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