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2000명 증원 땐 지원인력 10배 더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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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경쟁 5대1… 한해 출생자수 만큼 의료 관련 대입 치르는 격
의사 2000명 늘면 건보료 폭탄… 국민 1인당 월 6만 원 더 부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8 20:00:00

▲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시 기준 한해 3000명을 선발하는 의대 입학 경쟁률은 1대5에 수준이다. 서울 학원가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저출산 때문에 인구수 대비 의사 수가 현재에도 부족하지 않다는 평행선 상의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의사 숫자가 양적으로 증가할 경우 관련 400만 보건의료직역 전체 수 증가까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시 기준 한해 3000명을 선발하는 의대 입학 경쟁률은 1대5에 수준이다. 간호대는 1대 3 수준이다. 의대를 5000명 늘릴 경우 한 해 2만5000여 명의 수험생이 의대 입시에 응시한다. 간호대는 2만5000명 수준인데 7만5000여 명이다. 한 해 1700여 명을 모집하는 약대는 1대6수준으로 1만여 명이 지원한다. 이의 경우만 해도 10만 명인데 이는 4만여 명 수준의 한의대(10대1)와 치의대(5대1)를 제외한 인원으로 이를 감안할 경우 의대·간호대 지원 수험생은 대폭 증가하게된다.

간호조무사와 임상병리사 등 보건의료직역 전체 종사자 등을 모두 합할 경우 약 15만~20만 명 정도가 보건의료직역 시험을 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해 기준 400여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7~8% 수준인데 인구 감소 시대에 의사 수에 비례해 의료산업이 발달할 경우 이에 채용되는 보건의료 인력도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의료계에서는 통산 의료서비스산업 인력을 추산할 때 의사 1명에 필요 인력을 10명 수준으로 보는데 한 해 3800여 명 의 의사와 함께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등 지원 인력이 3만8000여 명 함께 생긴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 될 때 관련 인력도 10배 가 더 증가 할 수 있다.

관련해 한 전문의는 본지에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 명 수준인데, 출생율이 가감 없이 지속해서 유지되면서 의대 정원 5000여 명과 이에 따른 보건의료 직역 종사자 비례하여 증가 할 경우 한 해 출생아수에 맞먹는 인원이 의료직역 관련 대입을 치루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불보듯 뻔하고 25년 후인 2050년에는 인구가 4700만 명 수준으로 5000만 명 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있다”며 “현재 태어나 2040년에 의대 입시를 하는 수험생들은 줄어든 인구수에 과잉 의사 수까지 고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계에서는 앞서부터 ‘의대 증원=건강보험료 폭탄’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보건의료정책연구자인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올해 1월 열린 의료개혁 긴급토론회에서 건보료 폭탄을 예고했다. 그는 “의대 정원 규모가 2000명과 3000명으로 증가하게 되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각각 약 35조 원, 약 52조 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국민 1인당 월 6만 원, 8만5000원의 건보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의대 정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국민의 건보료 폭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춰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의사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인력손실과 의료시스템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증원된 의사가 필수의료를 전공하고 지역의사가 될 가능성은 요원하고, 의사 증원은 병·의원 간 경쟁을 촉진하고 과잉 진료를 낳아 의료비 증가는 필연적”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시장을 지배하는 건강보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의대 증원과 함께 기초과학계와 이공계에서는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이날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증원 규모인 2000명에 정원 최소 3배수(6000명)이 의대 수험 인재로 빠져 나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이공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신입생 정원을 합친 7500여 명과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가장 의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는 서울대 공대라는 농담이 있었는데,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당장 내년부터 과학 분야 종사자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자 정부는 과학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정책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반해 2000명을 ‘의료개혁의 시작’이라고 못을 박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들의 주장대로) 증원 없이 수가(건강보험 재정이 병의원 등에 지불하는 의료행위의 대가)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료가 3~4배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로 잡고 증원된 인원을 공공병원에서 집중시키면 의료비 급감을 완화할 수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