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수주 ‘안갯속’… 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사활 건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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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임원 개입한 객관적 사실 확인 안 돼… 제재 처분 불가”
방산물자 지정 여부 이번주 통보… ‘수의계약 VS 경쟁입찰’ 주목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8 20:49:40

▲ 세계 최초로 ‘바다의 발전소’로 불리는 25MW급 대용량·고출력 추진전동기를 탑재하게 될 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 모습. 현대중공업

총 사업비 7조8000억 원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DSME)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3년간 천신만고 끝에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 기본설계에 성공했으나 한화오션이 참가하면서 일찌감치 양강 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이런 와중에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 논란에 휩싸이며 사업의 향배가 일순간 안갯속으로 접어들었지만 사업자 대상에서 제외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면서 다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복마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양강구도로 입찰 경쟁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사청은 21일 사업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이 신청한 KDDX 방산물자 지정 안건을 심의했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실사도 했다. 안건 심의 결과의 방위사업청장 보고 등 내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그 결과가 HD현대중공업에 통보될 예정이다. 방산물자 지정은 무기체계로 분류된 물자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품질보증을 엄격히 하기 위한 절차이다.

일단 심의 결과가 HD현대중공업에 통보되면 곧이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통해 따내느냐, 아니면 경쟁 입찰에 부치냐가 관건이다. 이 방식은 심의에 따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수의계약으로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되지만 경쟁 입찰로 진행된다면 한화오션에게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근거로 방사청 보안규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보안감점(-1.8점)을 적용받기 때문에 경쟁 입찰은 피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KDDX사업은 총 7조8000억 원을 들여 6500t급 미니 이지스(Aegis)함 6대를 건조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5척을 양산할 계획이다. KDDX는 세계 최초로 25㎿급 대용량·고출력 추진전동기를 탑재한 ‘전기식 통합추진체계’다.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 순으로 진행된다.

2012년 밑그림 격인 개념설계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으며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2020년부터 지난해 완료했다. 사실상 양분한 것이다. 방위사업 관리규정 제89조에 따라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관행 대로라면 KDDX 사업에선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예정된 상세설계도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옛 국군기무사령부)는 2018년 불시 보안 감사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유출을 확인했고 그 결과 HD현대중공업 관련 지난해 말 징역형 및 집행유예 등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해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군함 사업 입찰 제한 등 제재 여부 심의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HD현대중공업은 ‘행정지도’ 처분 의결로 벌점 1.8점을 받고도 입찰 참여 자격은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행정지도 처분 이유에 대해 “국가계약법상 제척 기간인 5년이 지났고, 청렴 서약 의무를 가지는 회사(HD현대중공업) 대표나 임원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이어질 KDDX 사업 단계에서 우선협상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은 이달 4일 HD현대중공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는 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언론 브리핑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 판결문과 수사기록을 대형 화면에 띄우고 고발 근거 자료라고 밝혔고 향후 경찰이 ‘임원 개입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임원이 공범이 아니라는 것은 방첩사와 검찰의 2년 반에 걸친 수사와 법원 판단으로 확인됐다. 확정된 사안을 짜맞추기식 주장과 논거로 호도하고 있다”고 한화오션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