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금년도 회원국들의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은 작년의 1.4%에 이어 금년에는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현실을 보면 금년 2.4% 성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금년도 경제를 전망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되는 경우 금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지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기본 전망(2.6%)을 다소 상회(2.8%)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환경을 보면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어 국제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경제의 호조로 미국 연준이 금년 중 추가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물가 부담이 커지고 달러화 강세로 원화가 약세를 보여 추가적인 물가부담 요인이 딘다. 금리의 추가적인 인하도 어려운 실정이다. 물가가 높고 금리마저 높으면 가계부채 부담으로 민간 소비와 자영업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증가하고 있는 건설 부문에선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GDP 규모가 16배나 큰 미국에 비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저성장 기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률 회복을 위한 투자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이런 가운데 4.10 총선으로 여전히 여소야대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은 반(反)시장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기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공약이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식 제안했다. 이 대표는 총선 전 지난달 24일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인당 25만원·가구 평균 100만 원의 지역화폐 지급을 제안했다. 가계 소득을 늘려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경제를 대추락시킨 소득주도성장정책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에선 이를 위해 약 1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지난해 말 1126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전년(49.4%)보다 1.0%p 증가한 50.4%로 나타났다. GDP 대비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 비율은 2011∼2019년 30%대를 기록하다가 2020년 40%대로 진입, 2022년 49.4%로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통계 매뉴얼에서 권고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government debt) 기준으로는 GDP대비 100%를 크게 상회해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6일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전체주의와 상통하고 마약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금 살포뿐 아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양곡관리법·민생회복지원금·횡재세 등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재차 강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5~8% 떨어지면 정부가 과잉 생산된 전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국가가 사들이면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쌀 과잉생산을 부추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수정·개정안과 농산물가격안정법·한우산업지원법 등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가격안정법은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직전 5년의 평균 가격 등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정부가 일부 메워 주는 내용을 담았다. 쌀값 하락 시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이란성쌍둥이 같은 법안인 셈이다. 여당은 5대 채소에만 제한적으로 가격안정제를 시행해도 연간 총 1조2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물가상승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농산물 가격 상승인데도 막무가내다. 저성장 기조 속 반시장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면 한국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일자리 붕괴로 이어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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