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삶의 최후 보루인 자영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금리가 치솟고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높은 임대료·인건비 등으로 대출 이자마저 제때 내지 못해 폐업이 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속에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8조4000억 원)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2조4000억 원이 불었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3개월 만에 0.33%p 상승했다. 2013년 1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올 1~5월 1조2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 늘었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 원에서 2022년 5076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1조7126억 원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출을 늘렸지만, 이후 상환 시기가 도래해도 아직 빚을 갚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경영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런 현실에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가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올해(9860원)보다 13.6% 높은 금액이다. 경영계는 올해보다 10원(0.1%) 인상해 9870원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양측이 최초 안을 제시한 뒤 거듭해서 수정안을 내놓으며 격차를 줄여 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상 처음 시간당 1만 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저 수준(1.5%)으로만 올라도 시간당 1만8원이 되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들은 고물가 탓에 실질임금이 하락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난색이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이면 그러잖아도 어려운 자영업자를 벼랑길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5월 말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 조사’는 현실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25.4%가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25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23.8%), 35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16.0%), 최저임금 수준 이상 250만 원 미만(15.2%) 순이다. 이러한 실정이기에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4.4%)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43.4%) 또는 인하(11.0%)’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목되는 내용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자영업자의 절반(48.0%)은 현재도 이미 고용여력이 없는데 더 올리면 있는 직원을 내보내고 ‘1인 사장이나 부부 사장’을 하겠다는 응답이 적잖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할 경우 6.6%, 3~6% 미만 인상할 경우 7.2%가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의 48%는 현재도 이미 고용 여력이 없으며 내년 최저임금이 1~3% 미만으로 인상될 경우 9.8%, 3~6% 미만 인상될 경우 11.4%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저임금의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선 사용자의 지불 능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특히 일본처럼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논의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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