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이 불투명하고 구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배구조에서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일방통행식으로 경영되는 기업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 다음 세대 오너들로 이어지면서 경영마인드가 젊어지고 진취적으로 달라진 측면은 있다. 그러나 기업 내 부서와 직원 간 관계는 수평화됐다지만 일부 기업집단의 오너 일가는 ‘왕족’이고 직원들은 아직도 ‘가신(家臣)’ 또는 ‘머슴’이라 여기는 수직 계열화의 전근대적 기업 풍조와 경영 방식은 유산처럼 대물림되고 있다.
이러한 실태를 전제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집단 내의 내부거래 활성화라는 측면으로만 보면 이 또한 일면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오너 지시에 따른 일종의 수의계약 거래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최근 어느 기업분석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78개 대기업집단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오고 간 거래액이 644조1206억 원으로 전체의 33.9%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 지분율이 5% 이상인 계열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55%로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작 5% 소유 지분으로 절반 이상의 계열사들 경영을 마음대로 간섭하고 휘둘러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조사 통계치에 가려져 있는 내막은 구구절절 회사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렇게 오너 일가의 치부들은 이중삼중으로 보안을 유지하며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틀어막아 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기업경쟁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동시에 이는 경영 일선에 선 오너 일가의 손 끝에서 회사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물론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가 한계 수위를 넘어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너 일가 기업으로선 나름의 항변이 있을 것이다. 내부거래 비중을 높일 경우 비용 절감, 사업추진 속도 및 자체 경쟁력 제고, 사업다각화 모색 등 듣기 좋은 이유와 목적을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내부거래가 부당거래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이 아니기에 오너 일가의 뒷주머니 챙기기 등 자칫 배임 의혹으로 파생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내부거래는 경영 리스크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개연성이 크다. 오너 일가로 인한 경영 리스크는 기업이미지 훼손은 물론 사업 추진에 심각한 결손을 초래한다.
내부거래는 오너가 자녀 경영 기업에 일감몰아주기로 매출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 속에서 거래대금을 주고 받는 셈인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일감몰아주기는 다른 말로 하면 ‘매출 몰아주기’다. 자녀가 대표인 회사에 매출을 몰아 주는 것은 배임 혐의에 해당되는 일이기도 하다. 가격경쟁력과 사업 추진력을 빌미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고 설립한 자회사들이 일정 기간이 흐른 뒤에 거래 단가를 부풀려 회계를 조작하는 등 다른 수단으로 변질되는 사례들이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경영하는 소기업 중에서 본업과 다른 계열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는데 요트와 부동산 사업까지 하는 것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다. 경영 형태가 오너일가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은 뒷주머니 차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근거 없이 문제의 기업을 탈탈 털 수도 없는 일이다.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최대주주 오너 일가의 목적은 기업집단의 번영을 도모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명목상의 경영 방침일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부를 확장하고 대를 이어 집안의 번창과 경제적 권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지적을 그들은 결코 부인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엄중해야 할 이 나라의 경제사법은 화려한 변론으로 무장한 로펌과 숫자의 위장술에 능한 회계 기술자들의 테크닉에 농락돼 가고 있다. 모든 오너 일가의 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경우 특수관계 계열사에 일감·매출 몰아주기로 시작해 내부거래→배임→횡령으로 이어지는 경제범죄 행위들을 당연시하고 용납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런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추적하고 들춰서 처벌함으로써 경종을 울려야 한다.
최근 본지가 보도한 한 프랜차이즈 기업집단의 사례를 보아 알 수 있듯이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기업 간에 내부거래가 이뤄지는 이면에는 매출 독식의 탐욕스러운 구조가 견고하게 구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분을 모두 차지한 오너 일가가 주력 사업 산하에 납품 자회사를 만들어 내부거래를 일삼은 의혹의 정황들이 수두룩했다. 크든 작든 기업 경영이 불투명해지면 경제 사회는 썩고 그 썩은 물이 고여 비상식과 불공정이 판치는 세상이 된다.
오너 일가 배불리기식 기업 운영은 복볼복의 후진적 경영마인드에서 비롯된다. 경영계 스스로 문제점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흙탕물로 뿌옇게 뒤덮여 뭐가 뭔지를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오너 내지 오너 일가가 발 뻗고 잘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야 경제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오너 일가에 의한 오너일가를 위한 기업이 아닌, 글로벌스탠다드에 걸맞는 정도(正道) 경영의 길과 맥을 진단해 볼 때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부정한 기업이라 조건반사식으로 등치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중에는 날밤을 하얗게 지새며 근심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 몸이 부셔져라 한시도 쉬지 못하고 뛰는 오너 경영인들도 있다.
다만 내부거래가 곧 부당거래가 되어 배임과 뒷주머니 채우기를 일삼는 오너 일가가 있다면 부디 양심 건강에 해로운 부질없는 오욕을 내려놓으시라 조언한다. 오너일가일수록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 경영을 목숨처럼 여기고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그것이 산고 끝에 낳고 키운 자식 같은 기업의 리더로서 가져야 할 세상을 이롭게 할 경영의 정도이고 덕목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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