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판이 ‘도널드 트럼프 대 카멀라 해리스’로 재설정된 가운데 피차 기선 제압의 기회인 첫 TV토론을 놓고 신경전이 팽팽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심판’ 겸 ‘경기 운영요원’을 내세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우호적인 주류 매체는 없다.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가 그에게 덜 적대적인 편일 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합의한 ABC방송 대신 폭스TV로 토론 방영사를 바꾸려 하자 사실상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은 일축하며 바이든-트럼프 간 기존 합의대로 ABC방송 주최의 토론에 임할 것을 분명히 했다. 한때 시청률 1위를 달리던 폭스TV는 작년 순위에서 NBC·CBS·ABC에 이어 4위, 세계적 지명도를 자랑해 온 CNN의 경우 10위권 앞쪽을 오르내린다.
트럼프가 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리스와 9월4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TV토론을 하기로 폭스뉴스와 합의했다”면서 ‘ABC방송 주최 9월10일 TV토론’은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당초 자신과 합의한 바이든이 더 이상 후보가 아니며 ABC방송과 자신이 소송 중이기에 이해상충 문제가 있음을 취소 사유로 들었다.
또한 트럼프는 바이든과의 6월 TV토론(CNN 주최)과 달리 ‘9월4일 폭스TV 토론’에선 청중들로 가득찬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해리스 측이 주관사 및 일정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폭스뉴스 주관의 타운홀 미팅(후보와 유권자들 간 질의응답 행사)으로 삼겠다고 알렸다.
이에 해리스는 3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어떻게 ‘언제 어디서든’이 ‘특정 시간과 특정 안전장소’로 바뀔 수 있는지 재미있다”고 응수했다. 바이든과 언제 어디서든 TV토론 하겠다던 트럼프가 일정 및 주관사 등을 바꾸려 한 것에 대한 조롱이다. 이어 해리스는 “그(트럼프)가 동의한 대로 9월10일 거기(ABC 주최 토론)에 가겠다. 거기서 보길 희망한다”며 바이든-트럼프 간 합의 고수의 뜻을 밝혔다.
이날 해리스캠프의 마이클 타일러 공보국장이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겁을 먹고 자신이 동의한 토론에서 발을 빼려 하는 동시에 자신을 구해 달라며 폭스뉴스에 달려가고 있다”며 “장난을 그만 멈춰야 한다. 9월10일 하기로 이미 약속한 토론(ABC 주최)에 나타나라”고 강조했다.
또 “해리스는 트럼프의 참가 여부와 무관하게 9월10일 시청자들 앞에 설 것이며 그 이후 양측이 합의하는 추가 TV토론에 기꺼이 나설 용의가 있다”고 타일러 국장이 전했다. 다만 ABC 측은 양자 간 토론 무산 시 해리스만의 ‘타운홀 미팅’ 등으로 형식을 전환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분명히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최후통첩을 날렸다. 자신의 TV토론 관련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해리스와의 토론회를 아예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다. 3일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글에 따르면 “해리스는 나를 상대로 9월4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릴 예정인 진짜 토론을 할 정신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렇게 단언했다.
상대가 바이든이었을 때는 토론 주관사와 형식·시기 등과 관련해 모든 결정권을 양보하던 트럼프가 태도를 바꾼 셈이다. 고령과 인지력 저하 논란에 시달린 바이든에 비해 해리스 쪽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변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해리스 또한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AP통신 등은 이들 양측 입장차가 커 대선 전 TV토론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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