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 아래 전략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정권의 부침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단견적 통일 정책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상생’이라는 거대 담론적 통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데 우리 국민의 통일 의식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6 통일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분단된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역대 최고치(31.5%)를 경신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20대와 30대 절반 가까이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통계는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 '반(反)통일 시대'로의 진입을 시사한다.
갤럽 조사 결과 또한 안타깝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0%로 지난해 41.1%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지난해 30.4%에서 올해 32.2%로 높아졌다.
우리 사회의 통일 담론이 얼마나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 부정 인식이 확산되는 가장 큰 원인은 '당위성(민족주의)의 소멸'과 '경제적 부담'이다. 분단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고 북한과 공통된 기억이 없는 이들에게 "같은 민족이니까 합쳐야 한다"는 감정적 호소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취업난과 고물가 등 당장의 삶이 팍팍한 청년들에게 막대한 통일 비용과 그로 인해 발생할 세금 부담, 복지 축소 우려는 막연한 기대감보다 훨씬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북한 정권의 계속되는 핵 위협과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은 남한 사회 내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을 역대 최고(78.3%)로 끌어올렸다. 북한을 더 이상 대화 가능한 동반자가 아닌 '경계와 적대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무리한 결합보다는 차라리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분리되는 편이 낫다는 현실적 판단이 굳어진 것이다.
그러나 독일 통일에서 보았듯이 통일은 언제 올지 모른다. 1990년 10월3일 통일된 독일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적인 사회민주당 소속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1969년 총리로 취임 후 동서독이 완전한 외국이 아닌 특수한 관계라는 시각에서 부단한 교류와 협력 아래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동방정책을 추구하면서 끝내 통일을 이루게 됐다. 이로 인해 서독에서 통일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각했지만, 부분적인 수정은 있었을지언정 동방정책 전체를 뒤집는 일은 없었다. 일관된 동방정책 결과 보수적인 기민당 소속 헬무트 콜 총리 때 통일 결실을 거뒀다.
꾸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결국은 동독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동독 붕괴 과정에서 그들의 입으로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라는 통일 구호가 나올 수 있었다.
이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돌이켜 봐야 할 대목이다. 과연 우리는 북한 사람들의 입에서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구호가 진정으로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라고 자문할 필요가 있다.
통일에 대한 정치적 구호는 요란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정작 우리가 실질적으로 매력있는 대안으로 다가섰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 결과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통일 불필요론’, ‘통일 무용론’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한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통일을 발판 삼은 팍스 코리아나, 한민족의 세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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