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경영동아리 출신 금융인들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인수·합병(M&A) 관련 미공개 정보를 공유하며 2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장기간 ‘정보카르텔’을 형성해 가족과 지인까지 거래에 끌어들인 것으로 보고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9일 M&A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는 관계자들의 근무지와 자택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부당이득 은닉을 막기 위해 일부 혐의자의 증권계좌에는 지급정지 조치도 내렸다.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7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으로, 강제조사와 일반조사, 거래소의 신속심리를 연계해 운영한다. 올해 1월에는 기존 ‘3반 1팀’에서 ‘2팀 체제’로 확대됐다.
핵심 혐의자들은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인맥을 형성한 뒤 각각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회사로 옮겨 공개매수와 M&A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당국은 이들이 최근 약 5년간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반복적으로 공유하고 가족·지인에게까지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정보 공개 전 해당 종목을 매수한 뒤 주가가 오르면 처분하는 방식으로 2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5년간 미공개정보 돌려봐… 가족·지인까지 거래 가담
당국은 이번 사건을 특정 개인의 일회성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으로 보고 있다.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하는 전문인력이 정보의 원천이 됐고, 해당 정보가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퍼지면서 가담 범위도 넓어졌다는 판단이다.
공개매수나 M&A 정보는 공표 즉시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호재성 중요정보다. 자본시장법은 이런 정보가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기 전 이를 주식 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과정에서 처음 포착됐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최근 수년간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동일한 혐의자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에 주목했고, 합동대응단은 올해 5월부터 관련 사건을 묶어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개별 이상매매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정보가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합동대응단은 공개매수 주관사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조사 경험을 토대로 관계기관 조사인력을 집중 투입해 ‘정보카르텔’의 연결고리를 파악했다.
앞서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10월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강제조사를 벌였고 올해 5월 해당 혐의자를 고발했다.
시세조종 적발 이어 ‘정보카르텔’까지… 대응단 수사 확대
이번 적발은 합동대응단이 대형 시세조종 사건과 공개매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잇달아 적발한 데 이은 후속 성과다. 합동대응단은 출범 후 첫 사건에서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한 진행형 시세조종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과 지급정지에 나섰고, 이후 개인 11명과 법인 4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혐의자들은 거래량이 적은 상장사 주식을 집중 매집한 뒤 가장·통정매매와 고가매수, 허수매수 등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대응단은 범죄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지급정지와 압수수색을 병행해 추가 시세조종을 차단하고 부당이득 환수 재원도 확보했다.
당국은 올해 초 합동대응단을 2팀 체제로 확대했다. 금융위는 강제조사 인력을 늘리고 금감원은 일반조사 인력을 보강했으며 디지털 포렌식 경험을 가진 조사인력도 배치했다.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포착한 뒤 압수수색과 계좌 지급정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와 증거를 분석해 추가 조사를 마무리한 뒤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혐의가 확인되면 고발과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도 검토한다.
합동대응단은 검찰 고발과 별도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행정제재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불공정거래 이익 환수에 그치지 않고 시장 재진입까지 막겠다는 취지다.
합동대응단은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를 주가조작과 동일한 중대 범죄행위로 보고 있다”며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끝까지 추적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일반 투자자가 정보 비대칭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은 현재 혐의를 받는 단계로, 범죄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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