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도 원망한 적 없던 사람처럼, 안아 주며 격려하고 싶을 만큼 나는 유리가 애틋했다. 내가 힘주어 말했다.
“인터넷 찾아봤어요. 유리 양은 내가 본 모델 중 제일 멋졌어요. 오늘 실제로 보니 정말 예뻐요.”
하지만 유리는 고개를 힘껏 가로저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워킹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아요. 심사위원이 그랬어요. 너 같은 애는 모델이 되면 안 돼!”
유리는 너무 말라서 깊이 팬 쇄골을 들썩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걸 그냥 뒀어요? 주먹을 날려 버리지.”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팔이 없는 모델도 있었다. 모델 평균 키보다 작은 모델은 얼마든지 있었다. 뚱뚱한 모델도 있고 너무 마른 모델도 있었다. 그렇다면 워킹이 약간 기울어진 모델이 있다고 해서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심사위원은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의 평가에 신경 쓰면 그 순간 내 세계는 사라져요. 자신을 포기해선 안 돼요. 꿈을 접는다면, 그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밖에 안 돼요. 무시해 버려요. 밟고 일어서란 말이에요.”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끝에 욕설을 덧붙였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오히려 유리가 놀라 자신의 슬픔도 잊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신랑 신부 행진할 때 봤어요. 유리 양은 비뚤어지지 않았어요. 눈부시게 아름다웠는걸요.”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심으로 유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유리는 다시 자신의 슬픔으로 돌아가 크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난 틀렸어요. 게다가 이젠, 너무 뚱뚱해져 버렸는걸요.”
유리가 앙상한 몸을 감싸고 있는 웨딩드레스 위에 눈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렸다.
“그 사람 보셨죠? 발가락이 다 부서졌어요. 그날, 저 때문에요. 지금 우리 영웅 씨, 그 사람의 아버지가 하시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 배워요. 연극을 그만두어야 했으니까. 나 때문이죠. 그런데도 그 사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어요. 책임감 느끼지 말라고 그 사람이 몇 번이나 말했어요. 결혼하자고 조른 건 나예요. 난 결심했거든요. 앞으로는 오직 나의 영웅 씨만 위해 살겠다고요. 그 사람은 내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그 사람에게 감사해요. 하지만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겨우 결혼식을 끝내고 나왔는데, 아저씨의 얼굴을 본 순간, 힘이 쏙 빠졌어요. 덜컥 현기증이 돌았고, 다리에 힘이 풀렸어요. 아저씨, 난 이제 어쩌면 좋아요?”
유리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하고 나는 식장을 빠져나왔다. 주말에도 지하철은 혼잡했다.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과 청계천을 연계한 서울 도심, 여의도 한강공원을 비롯해 어린이대공원·올림픽공원·생태공원과 같은 야외로 나들이를 떠났다. 부모들은 서대문 경찰박물관·떡 박물관·곤충 박물관·어린이교통공원·허준박물관 같은 체험학습장에 자녀들을 데리고 갔다. 아이들이 자료를 읽고, 궁금한 걸 묻고, 수첩에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았다.
산책 삼아 아차산성이나 서울 역사박물관·백제 고분과 몽촌 백제역사관처럼 역사와 유물들을 돌아보며 기나긴 세월을 곰곰 음미하는 시민도 많았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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