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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범회 특별기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을 접하고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6 23:02:19
 
▲ 구범회 난파학당 학장·칼럼니스트
한국이 러시아·우크라전 수렁으로 점점 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뉴욕타임스가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북한군 파병 확인을 보도하는 등 미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본격 다루기 시작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우크라가 먼저 소리 높여 나발을 불고 미국이 짐짓 신중한 듯 며칠 뜸을 들이다가 마침내 확인하는 등 뭔가 석연치 않다. 한국을 우크라 전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능숙하게 미·우크라 양국이 공동연출을 하는 듯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시간이 좀 지나 파병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나토(NATO)까지 이에 가세하며 한국 참전을 압박하 것 같다. 미국과 나토가 한목소리로 한국 파병을 요구하면 정부로서도 입장이 난감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크라이나가 좀 발칙하다. 우리 정부가 이미 2조 원을 훨씬 넘는 섭섭지 않은 지원을 한 것으로 아는데, 이에 더해 살상무기까지 달라고 조른다. 그것도 모자라 파병까지 부채질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한국이 우크라의 눈에도 쉽게 보였던 모양이다. 약한 고리부터 타격하는 게 공격의 원칙이니까. 그렇다 해도 남의 굿판에서 꽹가리 치며 놀아줬으면 됐지, 작두까지 탈 필요는 없다. 무기 제공도 어려운데 파병까지 하라면 설상가상이다. 북한의 파병설이 야기한 일파만파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혈맹도 긴요하고 우방도 좋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향후 협력관계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다룰 때는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국민의 생존권 확보이고, 두번째가 국익이다. 지금은 우리가 월남에 파병할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때는 M16 소총 얻는 것도 감지덕지였다.
 
북한이 파병한다고 해서 덩달아 우리까지 춤출 필요는 없다. 지향하는 바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다르다. 수세적이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해서는 절대 안된다.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우린 이미 할 만큼 했다. 살상무기도 안 되고 파병은 아예 말도 꺼내지 마라. 북한의 파병은 북한의 사정일 뿐,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다. 똥끝이 타는 김정은의 장단에 놀아날 이유가 없다. 이건 김정은을 지금 떡 주무르듯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단수 높은 노림수로 보인다.
 
1단계로 북한군까지 끌어들여 전선 확대 등 군사적 위용을 과시, 미국과 나토 등에 조기 종전을 고강도로 압박하려는 것이다. 마침 미 대선이 코앞에 와 있으니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 떨어진다.
 
이게 안 통하면 두번째 단계로 북한군의 우크라 전선 투입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때가 우리에겐 시련이다. 미국 등에서 어려운 요구를 들고 나올 것이다. 살상무기 지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파병 얘기까지 나올 수 있다. 이 뒤에는 여러 가지 ‘당근’이 따라 붙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고차원 방정식에 대해 최선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 7개국(G7) 가입이나 전후 우크라 재건사업 참여 확대 등과 같은 경제적 과실에 행여 조금이라도 흔들려서는 안된다. 진통 끝에 열릴 한·미 양국 간 최후 담판에서 수락할 수 있는 파병 조건은 딱 하나뿐이다. 한국의 핵무기 개발 불간섭이다.
 
이 경우에도 우리 군의 파병 규모를 최소화하고 주둔지 또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한정한다는 등의 전제조건들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이는 물론 절대 극비 사항으로 봉인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G7 참여·나토와의 군사협력 강화·한국군의 실전 능력 제고와 전후 우크라 재건사업 참여 등 그럴듯한 명분과 실리로 포장된 합의가 공표될 것이다. 이와 같이 진행된다면 외교적으로는 크게 선방한 것이다.
 
우리 국군 장병들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아픔과 고통이 따르지만, 광복 이후 근 한 세기 만에 약소국의 설움을 털어내고 명실상부한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또한 북한의 거듭된 침략 위협과 중국과 러시아의 무력 시위에서도 벗어나 한반도가 진정한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걱정할 게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크라전 이전 상태로 돌아감은 물론이고, 경제협력 중심으로 상호 협력 레벨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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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참전 여부와 관계없이 우크라전의 결과는 러시아의 승리나 협상을 통한 종전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 따라 참전한 한국을 특별히 상대 못할 적대국가로 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이 이런 시나리오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인데, 그 가능성은 반반이다. 우크라군이 계속 수세로 몰리고 나토의 안전이 위협받는 등 미국의 결단이 절박해지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런 관측을 해보는 것이다.
 
아뿔사, 제가 큰 착각을 했다. 우리 군의 해외 파병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명시(제60조)돼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었다.
 
우리 국회는 지금 다수당의 위세를 앞세워 ‘오직 방탄, 오직 탄핵’만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이 틀어쥐고 전횡하고 있는데, 파병이 가당키나 하겠나. 괜한 걱정을 했다.
 
前연합뉴스 초대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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