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충청남도 태안군에는 안면도라는 섬이 있다. 안면도는 관광지로 유명한데 서해 바다가 있어 해수욕장과 낚시를 즐길 수 있고 펜션도 많아 여름에는 이곳으로 놀러오는 사람이 많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면도는 수도권에서 약 2시간 거리에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부담없이 가기에 좋은 곳이다. 안면도에서 유명한 음식은 무엇일까. 해안가에 있어 여러 해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곳에선 ‘게국지’라는 음식이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 게국지를 맛볼 수 있는 백년가게에 가 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방문한 백년가게는 ‘딴뚝통나무집식당’이다.
43년 된 딴뚝통나무식당… 2대째 영업 중인 백년가게
딴뚝통나무집식당은 1981년 1대 대표인 이창우·오영숙 부부가 창업했으며 2017년 아들인 이정원 대표가 이어받아 현재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해양수산부 주최 음식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딴뚝통나무집식당이 충청남도 1호이자 태안군 유일의 백년가게라고 했다.
“저희 가게가 올해로 43주년이 됐는데 태안군에서는 아직까지 저희 가게가 유일한 백년가게예요.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충청남도 1호로 백년가게 선정이 됐다는 것이죠. 요즘 경기도 좋지 않고 오랜 세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저희 가게를 꾸준히 찾아 주시는 손님들 덕에 백년가게에도 선정되고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면도의 향토 음식이라 할 수 있는 게국지는 어떤 음식일까. 이 대표는 꽃게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고 했다.
“게국지와 꽃게탕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요.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꽃게탕에는 된장이 들어 간다는 것이고 게국지는 아니라는 것이죠. 게국지는 묵은지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신선한 꽃게를 넣어서 끓여요. 그렇기 때문에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이 대표는 원래 직장을 다니다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태안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원래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 제가 내려와서 가게를 맡기 시작했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평소에 요리를 해 보지 않아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중식이나 일식 등 요리 자격증을 따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학원도 꾸준하게 다니면서 요리에 대한 감을 익혔죠.”
양질의 꽃게 확보… 좋은 재료에서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신념
이 대표는 딴뚝통나무집식당이 게국지뿐 아니라 간장게장과 양념게장도 같이 팔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희 가게는 꽃게를 가지고 요리하기 때문에 얼마나 양질의 꽃게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요. 비싸더라도 양질의 꽃게를 꼭 구매해요.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재료가 좋으면 1~2%의 하자가 있더라도 극복이 돼요. 저희 식당을 찾아 주시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음식을 대접해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꽃게는 항상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구매 시기와 보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꽃게는 보통 4·5월에 가장 질이 좋아요. 저희 가게는 게장을 하기 때문에 알이 있어야 돼요. 이 시기에 알이 배어 있고 나머지 시기에는 알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질이 좋고 알도 있는 4·5월에 꽃게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영하 40도 냉동고에서 보관해 언제든지 양질의 꽃게를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 대표의 말을 듣다 보니 게국지와 간장·양념게장의 맛이 궁금해졌다. 세 가지 메뉴를 부탁하자 한 상에 전부 차려졌는데 보기만 해도 풍성했다.
가장 먼저 게국지를 맛보기 시작했다. 게국지의 국물을 한 입 떠먹어 보니 이 대표의 말대로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났다. 신선한 꽃게에 감칠맛까지 더해져 전국에서 왜 게국지를 먹으러 태안까지 오는지 이해가 됐다.
간장게장은 알이 꽉 찬 암꽃게에 15가지 재료를 넣어 숙성시킨 덕분인지 짜지 않고 오히려 깊은 맛이 났다. 양념게장은 맵기보다는 새콤달콤한 맛이었고 세 가지 메뉴 모두 양질의 꽃게로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 인구 부족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 대표
이 대표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그는 인력난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이곳이 시골이다 보니 도시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요. 무엇보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한 도시처럼 교통이 발달돼 있지 않고 주거지가 흩어져 있기 때문에 식당 영업시간 전 제 차로 픽업을 하러 가야 하고 퇴근할 때도 내려 줘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죠.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지역 봉사활동 실천하는 이 대표… 지역 상생이 우선
이 대표는 지역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국회의원·충남도지사·충남도의회의장 표창을 받았다.
“사실 지역 식당은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안면읍에 있는 초·중·고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읍사무소와 노인정에는 라면이나 김 등을 기부하고 있어요. 저 혼자 잘되기보다는 지역의 모든 분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바람은…
이 대표가 앞으로 바라는 건 무엇일까. 그는 딴뚝통나무집식당이 단순히 음식을 먹고 가는 식당을 넘어서 힐링을 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희 가게엔 대부분 외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멀리까지 오셨는데 식당에서 오랜 시간 줄서서 기다리고 음식만 먹고 가시기에는 저희 입장에선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럽죠. 그래서 국화꽃 산책로를 만들었어요. 좋은 풍경 보고 가시면서 사진도 찍으시면 이런 것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는 거죠. 그리고 힘드실 때마다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시면서 마음속에 묵혀 둔 것들을 모두 풀어 내시면 그것만으로 저희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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