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암약하는 간첩을 포착해도 잡을 수 없다. 1월부터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현실화한 안보 공백에 대공 수사권 원상회복을 위한 ‘국가정보·수사 기능 정상화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2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안보통일연구원(대표 최규남)이 ‘국가 정보·수사 기능 정상화 방향’을 주제로 연 학술 대회가 열렸다. 국가안보통일연구원(안통연)·21세기 전략연구원·국가정보연구회가 주하고 양지회·덕우회·재향여군연합회·내외뉴스통신·법무법인 산우가 후원했다.
이번 행사는 △간첩 법규 개정 추진 관련, 바람직한 수사 조직 구성 방안(발제 이재윤 안통연 수석연구위원·토론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남덕 안통연 수석연구위원) △탈북민 지원 정책의 주요 실태와 변화 필요성(발제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토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김창도 안통연 대외협력실장)이라는 주제로 각각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축사를 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인하면서 헌법에 명시된 역사적 정통성은 물론 자유 민주주의체제마저도 부정할 뿐 아니라, ‘역사’ ‘정의의 가치’마저도 애써 왜곡시키고 있는 한 무리의 세력들에 의하여, 심각한 국론의 분열이 초래됐다”라고 했다.
이어“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험에 처해 우리 부모와 선배들이 한 손에 총을 쥐고 한 손에 삽을 든 채 다시는 굶주림 속 피 흘리지 않을 후손들을 위해 눈물 흘린다”라며 “우리가 몸부림치듯 폐허 잿더미를 파헤치며 새로운 미래를 쌓아올 동안 그들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개탄했다.
1세션을 발표한 이재윤위원은 대공 수사의 특수성에 따른 법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봤다. 그는 “국정원 대공 수사권 부활만이 우리나라 국가안보를 보장한다”라며 “문재인정권에서 안보전문가들은 좌파 단체 등이 도맡아 대공 수사권 폐지·국가보안법 폐지를 숙원사업처럼 몰아붙였다”라며 “대공 수사권 폐지로 득을 볼 것은 간첩과 종북주사파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수사권 복구 관련 경찰과 국정원을 연결하는 일종의 ‘보안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간첩 수사의 핵심은 모두 ‘배후’가 있다는 것인데, 이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건 극도의 ‘보안’과 사이버 및 해외에서 일어나는 공작을 함께 수사할 ‘수사국’”이라며 “99% 대공 수사만 해왔으며, 30년의 수사 비결이 있는 국정원의 첩보활동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보안청’ 혹은 ‘독립수사청’ 등을 별도로 둘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토론에서 윤해성 위원도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는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규정한 후 “미국은 정보기관인 20개가 넘고 수사권 못지않은 조사권을 준다”라고 했다.
윤 위원은 “첩보기관인 FBI의 경우 FBI 국장은 미국 법무부가 지위를 보장해 주고 비밀수사 및 함정조사에 해외 네트워크까지 지원해 주는 등 안부를 위해 정보기관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라고 했다. 이어 “FBI 축소판인 국정원 대공 수사는 폐지되기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잘 정비된 조직이었으나 이제 간첩죄 개정돼도 국정 요원이 간첩을 수사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본 대공수사권 부활을 역설한 김 위원은 “올해 1월 대공 수사권이 넘어갔음에도 경찰 내부에서조차 경찰 단독 큰 수사 못하고 앞으로도 자조적 탄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노총 간첩 사건 1심 판결 주요 내용만 봐도 거대 노동단체에 침투한 대남 공작 활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민노총 내 간첩 조직을 전담한 북한 ‘문화교류국’ 실체는 기밀 수집·북한 체제 선전을 목표로 하며 △간첩(공작원) 남파 △공작원 교육 △한국 내 고정간첩 관리 △지하당 구축 등을 전담하고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관련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김 위원은 2022년 민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사건 등 현존하는 간첩 위협에 대응은 수사권을 지닌 국정원 대공 수사권의 부활이 해결책이라고 봤다.
그는“인간정보(HUMINT)·신호정보(SIGINT)·통신정보(COMMINT)·기술정보(TECHINT) 등을 결합한 멀티 플레이어를 작동한 간첩 수사를 할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의 국정원이 간첩을 잡을 수 있도록 대공 수사권을 돌려주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세션에서는 행사는 특히 간첩 법 개정 논의도 다뤄졌다. 현행 간첩죄에서 ‘적국’의 개념은 선전포고 또는 교전 상태를 전제로 하므로 적국이 아닌 외국 정보기관의 간첩 활동이 포착되어도 간첩죄를 적용하기 어려우며, 간첩죄 적용 대상이 ‘적국을 위한’ 행위로 한정됐다. 이에 형법상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혹은 이에 따르는 단체’ 등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의 형법 개정안은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 신상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개정안이 13일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여 28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관련해 윤 위원은 “형법 제98조의 간첩죄 규정을 개정할 경우 산업스파이로부터 보호 및 규제가 가능해지며, 테러리스트 혹은 스파이(간첩) 행위자 역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적국’이라는 개념 대신 ‘외국 또는 반국가 단체’라고 규정할 경우 반국가단체에 속하는 북한 간첩 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간첩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가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등 외부단체’라고 해서 외부 단체를 구성 요건화한다면 테러 단체도 포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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