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국회가 금융투자상품의 설계·판매 단계에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잇따른 불완전판매 사태로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마련된 자리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의 금융감독 전환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 에서 참석자들은 해외 부동산펀드와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상품의 피해 사례를 짚고 사후 구제가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감독 전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개회사에서“금융투자상품에서 유사한 불완전판매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홍콩 H지수 연계 ELS와 최근 해외 부동산펀드 사례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 원장은 단기 실적에 치우친 밀어내기식 영업, 설계 단계의 리스크 반영 미흡, 소비자에게 어려운 상품구조 설명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작동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상품개발의 초기 위험 분석과 적합 소비자군 검토, 소비자 이해 수준에 맞춘 설명의무 준수, 상품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성 강화를 세 가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금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소비자 신뢰와 직결지으며 “금융회사에 소비자보호는 단기 비용이 아니라 신뢰 구축과 성장을 위한 장기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현장 의견을 감독 업무에 충실히 반영하고, 국회·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생법원 판사시절 만났던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떠올리며 “금융의 중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 강조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미국 사모사채·역외펀드 판매, 벨기에 펀드 문제를 지적하며, 감독당국의 규제를 사후 구제가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이 주축이 될 수 있게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의정활동의 최우선 가치를 금융소비자 보호에 두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편면적 구속력’ 법안을 언급했다. 그는 “사모펀드와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며 “금융투자회사가 고객 관점에서 상품의 위험성과 필요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판매한다면 불완전판매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로 연결해 입법과 정책으로 뒷받침할 것이라 약속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사후적 피해 구제보다 사전적 피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상품이 기획·개발되는 초기 단계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금융회사 내부에서 투자자 보호 관점에 초점을 맞춰 상품구조와 판매절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가지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부서는 해외 부동산펀드 피해 사례를 통해 적합성 원칙 위반, 부적합확인서 남용, 핵심위험 설명 누락, 손실가능성 추고 설명 등 판매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었다. 단기 실적에 치우친 영업 관행, 상품 출시 이후 확정된 대출조건 미안내 등도 추가로 지적됐다. 이에 대한 개선 과제로 투자성향 분석 시 객관적 증빙 자료 제시, 부적합확인서 악용 제한, 핵심설명서 기재사항 개선, 판매직원 이해상충 방지 등이 제안됐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금융투자상품 설계·판매 단계의 책임성 강화 방안이 제시됐다. 해외 부동산 등 고위험 펀드 설계 단계부터 위험을 인식·측정·평가하는 내부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준법·리스크 관리부서가 독립적인 시각에서 펀드 설계를 검증하는 사전관리 강화가 골자다.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위험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표준안을 마련하고운용사와 판매사 간 위험 인수인계 체계를 정비해 운용사가 전달한 위험 정보가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 번째 발표에서는 행동경제학을 접목한 금융상품 판매절차 개선 방안이 소개됐다. 서울대 연구진은 손익 구조 도표에서 손실과 이익을 분리해 손실 도표를 먼저 보여주는 방식, 동일 위험등급 내에서도 수익률이 높을수록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한눈에 보여주는 비교표 제공, 원금보존추구형 상품과 원금 비보장 상품을 나란히 제시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식 등 3종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일부 안을 제시했을 때 분산투자 유도 효과가 나타나고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확인돼 정보 제공 방식을 섬세하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을 보다 신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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