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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봉착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계기업이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중국발 공급 과잉, 내수 부진이 겹치며 제조 중소기업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은행 연체율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7∼9월) 대출 연체율은 1%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3분기 기업 대출만 따져보면 연체율은 1.03%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기 대출 연체율도 올해 3분기 평균 0.53%로,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16년 3분기(0.65%)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지방의 5대 은행(BNK부산·경남·iM뱅크·광주·전북)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한계기업들이 대출 원리금을 제때 못 갚을 정도로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면 실물경제 전반으로 침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부실 위험을 마주한 한계기업에 대한 양적 관리뿐만 아니라 질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이자 부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한계기업 재무건전성 개선 지원과 기업 대출의 효율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숫자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얼추 300만 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나머지 12%는 대기업 근로자 수이다. 그래서 흔히들 중소기업을 ‘998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소기업계가 자금난에 시달리자 최근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며 정책 지원에 나선 상태다. 정부가 금융사에 이른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은 가계대출에서 산업으로 자금 공급처를 변환하고 있다. NH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5조83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62조2290억 원)과 비교해 13조6081억 원 늘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함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려운 기업들이 금융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산업 구조조정이 동반돼야 ‘생산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첨단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은 중국의 공급 과잉에 밀리고 있다. 이는 산업 전환 정책이 늦어진 탓도 있기에 지원책을 서두르길 촉구한다. 산업별 특별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연구개발비 등 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채무관리방안을 수립해 철저히 관리하길 촉구한다. 자금 및 정책 지원에도 희망이 없는 한계기업은 정리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의 협력이 긴요하다. 무엇보다 기업 자율경영을 옭아매는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 역대 정부는 줄곧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지만 말뿐이다.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규제 혁파와 기업회생 지원정책으로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서민과 중산층의 터전인 중소기업은 경제의 실뿌리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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